[사설] 이재명 특검 제안, 수사 지연 의도 아닌가

입력 2022-10-22 04: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등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 대표는 “(여권이) 거부할 경우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의도적인 시간 끌기이자 물타기”라며 특검 제안을 거부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이 대표의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가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갑자기 특검을 제안한 것은 여권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의 수사는 야당 탄압이며 진실을 조작·왜곡하고 있으니, 중립적인 특검으로 진실을 밝히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특검은 불법 의혹이 강한데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다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지난 7월부터 대장동 수사팀을 보강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김 부원장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검찰 수사로 알려진 그의 혐의는 범죄영화를 보는 듯하다. 남욱 변호사가 김 부원장에게 준 돈 중 1억원은 중간 전달자인 유동규씨가 사용하는 ‘배달 사고’가 났다.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부원장은 1억원을 유씨에게 돌려줬다. 또 다른 중간 전달책은 돈의 전달 시기와 장소, 액수를 적어둔 메모를 몰래 보관해왔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대장동 특검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당시 문재인정부 검찰은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압수수색은 늦었고,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윗선’ 규명도 못했고, ‘50억원 클럽’이나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진전이 없었다. 여론은 대장동 특검을 요구했지만, 여야는 말뿐이었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 모두 대선 후보 시절 특검을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대장동 특검을 다시 들고 나왔다가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노골적인 편파 수사라면 특검이 필요하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들도 많다. 다만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갑자기 특검을 도입하라는 것은 수사를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 지금 특검을 말하기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