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전부터 입 연 유동규, 심경 변화 이유는?

입력 2022-10-21 04:08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일 새벽 양손에 짐을 든 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8억원대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수사의 단서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여간 수감돼 있던 유 전 본부장이 왜 또 다른 범죄를 진술했는지에 대해 여러 추측과 해석이 제기된다. 검찰이 ‘동거녀’를 이용해 허위 진술을 이끌었다는 음모론도 제기됐는데, 검찰은 수사에 흠집을 내려는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박했다.

법조계는 유 전 본부장이 정권교체와 검찰 수사 강화를 기점으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검찰 조직에는 큰 인사가 이뤄졌고,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수사는 지난 7월부터 사실상 재수사 형태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대선 국면에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성남시 측과의 유착 의혹 부분이 다시 다뤄졌고,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수사도 추가됐다.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에 자주 와야 하는 핵심 피고인·피의자였다. 남은 수사와 중형 선고 등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20일 정치적 해석임을 전제로 “유 전 본부장 입장에서는 이 정권이 4년 넘게 남았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보호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는 성남시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을 매개로 ‘실세’처럼 군림했던 그였지만 비리 수사의 타깃이 되는 순간 모두가 거리를 두고 본인을 ‘몸통’으로 지목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은 본인도 다친다는 점을 알면서도 독하게 제보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검찰은 김 부원장의 범행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을 공모 관계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약 1개월 전부터 의미 있는 진술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의심하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던 그가 수사에 협조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정치권에서는 회유 의혹을 제기했다. 김 부원장 체포 직후 온라인에서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동거녀로 회유했다는 ‘받은 글’이 나돌기도 했다. 우연히 조사 과정에서 마주치게 해 ‘석방 욕구’를 자극했다는 투였는데, 여러 정치인이 해당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정도로 관심을 얻었다.

다만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 유포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과 해당 여성을 우연히 마주치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둘을 우연히 마주치게 한 것이 아니라 추가 혐의 수사 과정에서 대질 필요성이 있어 함께 조사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