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거주지를 옮기고 온라인에 있는 자신의 흔적을 지웠다. A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전 남자친구가 이달 말 출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A씨는 자신을 쫓아오고 괴롭힌 전 남자친구를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전 남자친구에게 이 혐의가 적용됐고, 신고 직후 잠정조치 4호가 내려지면서 구금됐다. 지난해 12월부터 구금된 채 재판을 받아온 A씨의 전 남자친구는 지난 3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미결구금일수까지 포함하면 선고형량에 달해 이달 말 풀려난다.
A씨는 이에 대비해 우선 접근금지 조치를 신청하고 스마트워치를 발급받기로 했다. 전 남자친구의 출소가 임박하면서 새로운 집 주소를 찾아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전 남자친구는 구금 당시에도 A씨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 그의 부친도 A씨에게 “눈에 띄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었다. A씨는 20일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경찰이 항상 알고 있진 못하지 않나”라며 “나와서 무슨 짓을 할지 걱정된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1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A씨의 남자친구처럼 이 법이 적용돼 처벌됐던 가해자들이 보복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신당역 살인 사건 발생 이후 전주환처럼 스토킹 신고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찾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스토킹 피해자 B씨는 경찰 신고 뒤 가해자에 대한 잠정조치 2·3호(100m 이내 접근 금지·통신기기 이용 접근 금지)가 끝난 지금까지도 해가 진 뒤에 외출하지 못한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도 빈칸으로 남겨뒀다. 가해자가 자신을 찾아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가해자는 잠정조치가 끝나자마자 B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B씨는 “가해자가 잠정조치의 종료 시점이나 내 위치에 대해 알 수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와 잠정조치 중인 가해자의 전자장치 부착 등을 골자로 하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해자 분리와 교화가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은의 변호사는 “보복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해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구속”이라고 말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도 “중대범죄 우려가 있는 행위자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스토킹을 하려는 성향 자체를 교정해서 감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보호·지원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도지현 활동가는 “피해자들은 집을 옮기고 직장을 그만두는 등 피해를 겪는데도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토킹피해자 보호법은 지난 4월 국회에 2건 발의·제출됐지만 지난달에야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됐다.
이의재 조효석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