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칼로 흥한 사람, 칼로 망한다”… 檢·尹정부 겨냥 맹공

입력 2022-10-21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보복수사 중단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건네받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윤석열 정권의 대야 전면전 선포로 규정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두고 “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탄압”이라며 검찰과 윤석열정부를 비난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검찰 쿠데타’ ‘정치검찰의 칼춤’ 등 격한 표현을 동원하며 정부와 검찰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 대표는 2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생이 어렵고 북한 도발로 한반도 평화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맡긴 권력을 야당 탄압에,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소진하고 있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역사가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은 명백하다”며 일축했다. 검찰은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 등에게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 8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남욱이라는 사람이 작년 가을쯤 귀국할 때 ‘10년 동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찔렀는데도 씨알도 안 먹히더라’라고 인터뷰한 것이 있다”며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향해 “칼로 흥한 사람, 칼로 망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민주화 이후 이처럼 국가적 긴급 현안은 내팽개친 채 무도하고 뻔뻔하게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전면적으로 나선 정권은 없었다”며 “사상 유례없는 검찰 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위기감도 표출됐다. 5선의 설훈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당내 결집이 공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단일대오가 흩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의원들이 더 똘똘 뭉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날 국감 중단을 선언했던 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국감에 복귀하는 등 당분간 국회 내 투쟁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장외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일부 의원은 2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정도면 정부가 민주당에 ‘장외로 나가라’고 등 떠미는 것 아니냐”며 “탄압이 계속되면 의원직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번 거리로 나가면 돌아오기 쉽지 않다”며 장외 투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