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빚을 갚기 위한 예산편성안을 검토하는 등 뒤늦게 성실 상환 의지를 강조하며 시장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도의 ‘자충수’에 따라 연체 이자가 발생하면서 수십억원 세금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강원도는 2023년 예산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액 2050억원을 편성해 내년 11월 28일까지 전액 상환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 중순 강원도의회 임시회기에 예산편성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이와 별도로 이르면 이달 말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회생신청 절차를 밟고, 만약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만기 전에 원금을 상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2020년 GJC는 레고랜드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ABCP를 발행했고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하지만 GJC의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최근 강원도는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에 대한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만기인 지난달 29일까지 강원도가 대출원금을 변제하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이달 초 ABCP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EOD는 채권자가 만기 전에 신용 위험이 커진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강원도는 돌연 대출금을 성실히 상환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GJC에 대한 회생 신청은 보증 채무 회피 목적의 조치가 아니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의 동요는 일부 진정시켰지만 도민 세금 투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EOD 발생이 없었다면 낼 필요도 없었던 연체 이자 수십억원이 발생한 것이다. 당초 대출 금리는 연 4.8%였으나 EOD 발생에 따라 강원도는 3%의 연체 이자율이 가산된 연 7.8%의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달 13억원 꼴로, 연체 이자만 매달 5억1000만원 이상이다. 만약 내년 11월에 원금을 상환할 경우 연체 이자는 약 7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회생 신청 결과가 내년 봄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큰 것을 감안하면 미리 대출 원금 규모를 줄이면서 이자를 줄이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강원도는 EOD 사유의 타당성을 두고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8월에 만기 연장을 전제로 4개월분 선취이자 38억원을 냈다”면서 “강원도가 GJC에 대해 아직 회생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BNK투자증권이 EOD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