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넨 시기·김용 직책·8억원… 檢 ‘불법 대선자금’ 규정

입력 2022-10-21 00:05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증인 선서문을 제출하고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이날 국감은 검찰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파행을 거듭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압수수색·체포하며 제시한 영장에는 “대선자금 전달”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이 건너간 시기, 수수자의 역할과 직책, 공여자의 면면을 종합하면 8억원의 성격은 단순 ‘뒷돈’이라기보다 불법 대선자금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2013년부터의 뿌리 깊은 대장동 사업 민관유착 관계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검은돈’으로 표면화됐다는 의심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증거와 법리만 보고 원칙대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김 부원장의 영장 범죄사실에 그가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현금 8억원을 대선 경선용 자금으로 여러 차례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이 돈을 전달받은 시점이 20대 대선 경선 국면이던 지난해 4~8월이었다는 점, 김 부원장이 당시 자금 조달 및 조직관리 역할을 했고 경선캠프 총괄부본부장 지위에 있었다는 점, 자금 조성자는 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에 도움을 받던 남욱 변호사였다는 점을 종합한 결과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시기와 액수, 지위를 보면 건너간 자금의 명목은 대선자금으로 봐야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달 경로에 있는 인물 면면과 관계는 민관유착 성격의 대선자금 의혹을 더욱 키운다고 본다. 특히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협력한 사이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 당시 성남시의원이던 김 부원장은 “성남시장은 이재명, 시의원은 김용”이라고 공언했었다. 2014년 6월 29일의 ‘정영학 녹취록’에는 남 변호사가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김만배씨 등이 의형제를 맺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4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사표를 냈는데 특이하게도 본부장실 짐을 정리하지 않았고, “곧 돌아온다”고 주변에 말했다. 그는 선거 이후인 같은 해 7월 다시 공사에 돌아와 일했다. 공사 구성원들은 그가 이 대표 선거캠프에 잠시 다녀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 제공과 그 대가로 2013년 3억5200만원의 뇌물을 주고받은 사이였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이 “내년 이재명 시장의 재선이 중요하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 몸이고, 이 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 것인지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한 내용은 이미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사건의 공소장에 담겨 있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지난해뿐 아니라 다른 선거 때에도 ‘지갑’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수사는 8억원의 구체적인 전달 방식 규명을 시작으로 자금의 명목·사용처를 특정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