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돈맥경화’ 해소 나선 금융위… 추가 유동성 검토

입력 2022-10-21 04:05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재가동해 1조6000억원어치 회사채를 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 보증 채무 미상환 사태가 불러온 단기 자금 시장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해서인데 규모와 구조상 문제 등으로 당장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시장 안정을 위한 위원장 특별 지시 사항’을 통해 “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이용해 회사채 매입을 신속히 재개하겠다”면서 “추가 캐피털 콜(자금 요청)도 즉각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채안펀드 출자사 중 한 곳인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채안펀드를 즉각 투입해 레고랜드 PF ABCP발 자금 경색 국면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레고랜드 PF ABCP 미상환 사태로 유동화 증권을 비롯한 회사채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급증, 단기 자금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공모 회사채 수요 예측 결과 신용 A등급은 1조1000억원이 접수돼 전년 동기(2조9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경쟁률도 61%에 그쳐 전년 동기(364%)의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A등급 회사채는 3분기 발행액(1조1300억원)의 절반이 넘는 6500억원어치가 미매각됐다.

회사채 투자 심리가 냉각됨에 따라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도 상당 폭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를 뜻하는 신용 스프레드가 최근 크게 확대되면서 AA 마이너스(-) 등급 회사채와 AA등급 여신전문금융회사채 금리는 각각 5.35%, 5.73%까지 높아졌다.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융위는 채안펀드를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 싸늘히 식은 투자 심리를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유동성 불안 탓에 사실상 작동을 멈춘 단기 자금 시장에 채안펀드가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전 증권사 일자별, 프로젝트별 유동성 상황을 점검하다 시장이 더 불안해지면 한국증권금융을 동원, 추가 유동성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효과는 미지수다. 당장 1조6000억원어치를 매입해서는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사가 신용을 보강한 PF ABCP는 46조원, 건설사 보강분은 15조원으로 발행 잔액이 61조원에 이른 데 비해 투입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구조상 문제도 있다. 채안펀드에 참여하는 보험사, 증권사 등이 기존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주요 주체라 단기 자금 시장에 새 자금이 공급되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각국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회수하는 국면이라 채안펀드 캐피털 콜에 응할 금융사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