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식품업계, 이유있는 도전

입력 2022-10-21 04:04
오뚜기의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맛’. 오뚜기 제공

식품업체들이 스타트업의 손을 잡고 있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발을 맞추기 위해 스타트업에 시선을 주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인수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최근 ‘대체 수산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6월 대두단백, 카놀라유 등의 식물성 성분을 사용해 참치 맛과 식감을 구현한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맛’을 내놨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공개됐고, 목표치보다 2247% 높은 펀딩 달성률을 기록했다.

이 제품은 오뚜기의 사내 스타트업 ‘언피스크’와 오뚜기 중앙연구소, 오뚜기SF 등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환경보호,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소비 흐름을 등에 업고 대체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사내 스타트업을 가동한 것이다. 식물성 참치는 시작이다. 오뚜기는 식물성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8월 건강기능식품 전문 스타트업 ‘빅썸’의 지분 53%를 인수했다. 2016년에 설립한 빅썸은 연구·개발(R&D), 기획, 마케팅, 제조·운영 등 역량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2020년에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규제 특례 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칠성음료는 빅썸 인수를 통해 2024년부터 열리는 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의 운영사로 선정됐다. 운영사들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중기부에 추천하면, 중기부에서 R&D와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한다. 주류업계에서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건 하이트진로가 유일하다. 지난 4년간 16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전문성을 강화하고 존재감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지난달에 하이트진로에서 뽑은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 기업 ‘데이터몬스터즈’가 팁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장 흐름, 소비자 수요에 발을 맞춰 회사 안팎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해 미래 성장동력을 얻으려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손잡고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