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동지들이 퍼붓는 끊임없는 기도로 교회는 변화된다”

입력 2022-10-24 03:03
박지웅 내수동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교회의 본질인 기도 운동과 소그룹 모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 역사가 깊거나 걸출한 원로목사가 생존해 있을 때 새로 부임하는 담임목사가 느끼는 부담감은 매우 크다. 오랜 기간 교회가 지켜온 전통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목회 철학을 구현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담임목사가 본교회 교회학교 출신일 때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교회 장로와 권사 등을 이제 성도로 목양해야 한다.

박지웅(53) 내수동교회 목사는 이런 삼중고 속에서도 교회를 탄탄하게 이끌어 온 목회자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만난 박 목사는 “서른다섯에 중학생 때부터 다닌 교회의 담임목사가 됐다. 인간적인 권위가 아니라 오직 말씀의 권위에 의지해 목회했더니 하나님께서 교회를 만들어가셨다”고 설명했다.

1954년 설립된 내수동교회는 한국교회 대표적 성경학자이자 설교가인 박희천 원로목사가 23년간 사역한 곳이다. 대학생 몇몇이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린 게 교회의 시작이었던 만큼 대학부의 영성이 유명했다. 오정현(사랑의교회) 오정호(새로남교회) 김남준(열린교회) 송태근(삼일교회) 박성규(부전교회) 화종부(남서울교회) 이관형(대구내일교회) 목사 등 한국교회 내로라하는 사역자들의 산실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 목사는 중학생 때 상경하면서 내수동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 고려대에 입학한 뒤 대학부까지 출석했다.

“당시 내수동교회 대학부는 구성원들이 교회에 애정이 많았고 선배가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했어요. 후배들이 밥을 굶을까, 영적인 어려움은 없을까, 진로에 고민이 있을까, 늘 살뜰히 챙기고 돕는 분위기였어요. 현재 한국교회 대학청년부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문화입니다.”

그는 대학 생활을 하던 중에도 목회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쉽게 결단을 하지는 못했다. 남 앞에서 말을 잘 못 하는 수줍은 성격엔 목회자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 LG전자 한진건설 등 대기업에서 일하며 대학부를 섬기다가 목회에 대한 소명이 점차 커지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98년 총신 신대원에 입학하며 대학부 사역자가 됐다.

대학부에서 7년간 사역한 후 그는 미국 유학을 고민했다. 그런데 당시 교회는 박희천 원로목사 후임이었던 김병선 목사의 뒤를 잇는 목회자를 1년여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교회는 대학부에서 안정적인 사역을 하던 그에게 담임목사를 제안했다. 그는 2004년 10월 목사 안수를 받고 한달 뒤 담임목사가 됐다.

“그때는 담임목사의 무게와 책임에 대해 잘 몰랐어요. 대학부 사역처럼 제가 잠시 맡았다가 다른 더 좋은 이에게 넘겨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청빙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담임목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들었다. 형님 누님 선생님이었던 성도들에게 담임목사의 권위나 카리스마를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본질에 집중했던 게 당연한 방향이기도 했지만 당시 제가 말할 수 있는 권위는 오직 주님의 권위뿐이었다”며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오직 기도와 말씀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새벽예배였다. ‘새벽에 기도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기도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새벽예배 설교를 부목사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강단에 섰다. 주택가도 없이 도심 한가운데 있는 교회에, 경험도 없고 경영에는 더더욱 재주가 없는 젊은 담임목사가 사역하는데도 당시 600여명이었던 장년 성도가 현재 1500명까지 불어났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는 기도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 때에도 온라인으로 새벽예배 열기가 이어졌다.

“제가 대학부 사역자를 하던 때 기도를 열심히 하던 자매들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돌아가며 교회를 위해 기도를 했어요. 당시 제 설교는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었는데 강단에 서면 설교를 듣는 학생들의 눈빛과 분위기부터 달랐죠. 그렇게 대학부가 성장했습니다. 죽어가는 교회를 살리는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는 걸 그때부터 깨달았습니다.”

그가 강조했던 또 다른 부분은 소그룹 모임이다. 성도들 대부분이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석하고 있기 때문에 주중 소그룹 모임이 쉽지 않았다. 그는 소그룹 모임은 교회 성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의 삶을 나누는 데 부담을 느끼는 성도들은 소그룹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교회와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그룹은 서로 다른 인격이 만나 깨어지고 성장하며 주님을 닮아가는 자리입니다. 소그룹 문화가 교회에 정착되도록 서두르지 않고 10여년간 노력했더니 현재 120여개의 소그룹이 성도의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는 믿음의 동지들이 모여 퍼붓는 끊임없는 기도가 내수동교회, 나아가 한국교회를 변화시킬 것을 확신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기도로 뜨겁게 일어나지 않으면 영적 싸움을 하기 쉽지 않은 때입니다. 우리 교회가 본질을 놓치지 않는 알찬 중형교회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랍니다. 올바른 기도 운동과 청년 사역의 모델을 제시하는 희망의 교회로 만들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