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시작된다. 유민호와 함께 호텔 객실에 있던 김세희(나나)가 사망했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문은 안으로 잠겨있었다.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는 유민호와 함께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퍼즐 맞추듯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간다.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한 영화 ‘자백’이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눈 덮인 산골의 별장과 인적 드문 도로, 호텔 객실 등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범인의 정체를 장담하기 어렵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소지섭은 영화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30년 가까이 연기를 하다보니 ‘관객들이 나에 대해 더 궁금해 하는 게 있을까. 내게 새로운 것이 있나’하는 고민이 든다. 그동안 해 왔던 비슷비슷한 느낌의 연기에 지쳐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자백’ 대본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모든 감독들은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 보여주고 싶어하는데 윤종석 감독님 역시 그걸 원하셨던 것 같다. 처음 유민호가 등장했을 때 누가 봐도 무죄였으면 하는 인물이 보여지길 요구하셨다”며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만큼 유민호는 아무리 해도 좋게 봐줄 수는 없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영화의 원작은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유명하다. 소지섭은 “대본을 받은 뒤 원작을 봤는데 마지막 반전이 대단했다. ‘자백’은 앞부분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나머지는 다행히 많이 바뀌어서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며 “저희 영화는 반전도 있지만 반전을 향해 달려가는 중간중간이 훨씬 더 매력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
양신애와 유민호가 여러 버전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면서 소지섭도 그간 해보지 않았던 악인을 연기한다. 그는 “지금까진 싸움을 해도 정의로운 편에 섰다. 악인 역할의 대본을 받아본 적도 없다”면서 “살면서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쾌감도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촬영 기간 동안 감정이 유지되다보니 계속 악몽을 꿨다”고 털어놨다.
영화의 긴장감을 이끈 또 하나의 축은 양신애 역을 맡은 배우 김윤진이다. 같은 날 인터뷰에서 김윤진은 “보통 내가 출연한 영화는 부족한 부분만 눈에 띄는데, 이번 영화는 시사회 당시 완전히 빠져들어서 봤다”며 “전개에 속도감이 있다. 감독님께서 텐션 조절을 잘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이번 영화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미세한 표정 변화를 보여줬다. 그는 “유독 클로즈업 신이 많아서 불편했다. 뭔가를 감추고 있는 인물인만큼 얼굴 근육이 떨리는 모습까지 보여 내 모습이 신선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영화는 영상을 본다는 느낌보다 옛날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 혹은 연극을 보는 느낌에 가깝다. 김윤진은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인물들이 마주앉아 연극같은 동선이 나오도록 감독님께서 연출하신 것 같다”며 “관객들이 양신애와 함께 사건을 체험하는 느낌을 줘야 했다. 아주 건조한 연기, 감정을 조금 넣은 연기, 조금 더 넣은 연기 등 여러 버전으로 촬영한 뒤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식의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