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리 지켜주지 못해… 우린 하나님만 믿어요”

입력 2022-10-21 03:02
코로나 팬데믹 기간 오디오 성경으로 하나님을 믿게 된 해외 체류 북한 노동자들이 쓴 손편지.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해외에 고립된 다수 북한 노동자가 오디오 성경 등을 통해 하나님을 믿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숙 폴리 한국순교자의소리(VOM Korea) 대표는 최근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코로나로 해외 근무지에 갇히게 된 북한 노동자들은 하나님과 북한 정부 중 누구를 믿을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이 선택에서 하나님이 이겼다”면서 오디오 성경을 통해 예수를 영접한 이들의 편지 5통을 공개했다.

편지들은 북한 정부와 외국 현지 당국으로부터 의료 지원 등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성경 말씀을 들으면서 하나님을 믿게 된 과정을 보여 준다. 폴리 대표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다양한 지역의 북한 노동자들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내용은 비슷했다”며 “북한 노동자들은 순교자의소리 사역팀이 의약품 등 기타 물품과 함께 준 오디오 성경을 들으면서 하나님을 믿기로 결단했다”고 했다.

한 노동자는 “김정은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우린 하나님만 믿는다”고 말했다. 한 편지는 비참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A씨는 “몇 달 동안 우리 단위에서 여성 동무 ○○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인데 모두 폐렴으로 전염돼 병원도 못 가보고 이국 땅에서 죽어갔다. 보험 없이 병원에 입원하면 1년 번 돈이 다 들어가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 모르겠으나 너무나 비참하다”고 했다.

이들은 병중에 하나님을 더 의지했다. 그는 “하나님께 맡기고 치료되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전도도 하고 있다. “치료받는 동무들이 위로받고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디오 성경을) 몰래 전달한다. 고통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사람이 죽어도 하나님을 모르고 죽는다는 게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한다”고 했다.

순교자의소리가 전달한 의약품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라면을 맛있게 먹은 이야기도 있었다. B씨는 “○○이 전해준 남조선 신라면을 친구들과 맛있게 먹었다. 비록 가족이 없는 이국에서 보낸 추석이지만 라면과 동무들이 있어서 좋았고 그 맛있는 라면은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양식이어서 소중했다. 동무들과 하나님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복음을 접한 뒤 누리는 기쁨도 표현한다. 그는 “이국 땅에서 처음 알게 된 하나님의 존재이지만 그 자체가 너무나 소중하고 가슴이 떨리는 일이다…. 기도의 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시는 하나님께서 들어주신다고 생각하니 나의 삶은 조금도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다”고 했다.

순교자의소리는 그동안 매년 북한 사투리로 된 성경이나 오디오 성경 4만~5만권을 북한 밖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배포했다. 또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루 다섯 차례 순교자의소리 단파 및 AM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