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원도의 디폴트로 경색된 자본시장 조속히 안정시키길

입력 2022-10-21 04:02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100번째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 정식 개장한 강원 춘천시 하중도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가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빚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자본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레고랜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특수목적법인(SPC)을 내세워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CP) 2050억원은 지난 4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가 빚을 대신 갚지 않고 GJC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하기로 한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강원도는 회생절차를 통해 GJC를 매각하고 대출금을 갚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정관리가 시작되더라도 언제 얼마나 대출금을 돌려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강원도를 믿고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GJC의 ABCP를 매입한 금융사는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모두 11개사다. 투자 손실을 염려한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빗발치자 이들 금융사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내다팔았다. 한국은행의 잇단 금리 인상 여파로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채권시장에 매물이 쏟아지자 채권가격은 폭락하고 거래량은 급감했다. 신용이 양호한 기업들조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증권사와 건설사, 일부 제2금융권이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실제 롯데건설이 지난 1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하자 이런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급보증 약속을 깬 강원도를 지켜본 채권자들이 대출금 조기 회수에 나선다면 곤경에 처할 지자체들이 적지 않다. 전국의 지자체가 지급보증한 ABCP는 모두 1조3000억원이다. 만기는 보통 3개월~1년이다.

파장이 커지자 강원도는 다음 달 중 예산을 편성해 대출금을 갚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번 잃은 신용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다. 자본시장은 이미 한 달 가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당국이 20일 채권안정펀드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사태가 가라앉을지 의문이다. 당국은 자본시장 경색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보다 신속하고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