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산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반발이 유럽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회사 BMW는 17억 달러(2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IRA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독일 정부도 “불공정하다”고 거들었다.
BMW는 19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투자 발표회를 열고 스파턴버그 공장 내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에 10억 달러, 우드러프 인근의 새 배터리 공장 설립에 7억 달러 등 17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2030년까지 최소 6종의 완전 전기차 모델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단일 투자로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칩세 회장은 그러나 IRA 시행과 관련해 “몇 가지 상당한 결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시장 참가자가 공평한 경쟁의 장을 갖는 방식으로 지원이 설계돼야 한다”며 “(미국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개발을 중단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칩스 회장은 IRA로 인해 전기차 업체가 보조금을 받기 너무 어려워졌고 배터리 원료를 미국이나 동맹국에서만 들여와야 한다는 요구를 충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제조사도 이익을 얻지 못한다”며 “비현실적이지 않은 규제를 부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칩세 회장은 중국 사업 축소에 나서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글로벌 회사이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라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 중국 세 지역 모두에 동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BMW의 미국 투자 발표가 나오자 독일 정부도 비판에 나섰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IRA가) 두 나라 사이의 평평한 운동장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유럽 차원에서 강력한 대답(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벡 장관도 “(미국의) 강력한 보조금 때문에 기업들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이런 시국에 무역 전쟁으로 갈 수는 없다. 우리는 대서양 양안의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목표로 하는 ‘미국 배터리 원료 이니셔티브’를 이날 발표했다. 미국과 동맹을 중심으로 한 ‘원료 확충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이 역시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이날 “에너지부가 인프라법에 근거해 책정한 보조금 중 1차분 28억 달러(약 4조 원)를 12개 주(州)의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리튬 흑연 니켈 전해질 산화규소 등 원료 개발·생산에 투입되는 자금은 각 기업의 자체 투자금까지 합하면 90억 달러에 이른다.
백악관은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한 20개 사와 함께 미 전역에서 새로운 배터리 생산 및 처리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미국 내에서 채굴·가공·재활용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전기차 개발과 도입에 차질이 생기고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공급망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배터리 기업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이고,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지만 지금 배터리 생산의 75%는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