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핵심 소재 ‘탈 중국화’ 러시

입력 2022-10-21 04:03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탈 중국’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맞춰 중국산 소재의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우선 눈을 돌리는 곳은 호주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일(현지시간) 호주 시라와 천연 흑연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두 회사는 2025년부터 양산하는 천연 흑연 2000t 공급을 시작으로 협력 규모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흑연은 배터리 핵심 소재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광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흑연의 중국산 비율은 70.4%에 달한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대부분 배터리 업체가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호주 흑연업체인 시라는 세계 최대 흑연 매장지로 불리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광산을 소유·운영 중이다. 내년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생산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시라에서 확보한 흑연 광산 및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원재료를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면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앞서 SK온은 지난 11일 호주 레이크 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23만t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3만t은 전기차 4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리튬 공급은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대 10년간 이어진다.

SK온은 레이크 리소스에서 보유한 아르헨티나 가치 염호에서 나오는 리튬을 받는다. 이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한 뒤, 북미 사업장에 투입하는 걸 고려 중이다. 이렇게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IRA 규정상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특히 아프리카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최근 아프리카 12개국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프리카는 니켈, 코발트 등 희귀광물을 풍부하게 품고 있는 대륙이다. 한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있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역”이라며 “공적개발원조(ODA)를 넘어 핵심 광물 공급망, 그린 에너지, 바이오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