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땅엔 NO” 대체매립지 버티기… 수도권 쓰레기대란 재깍재깍

입력 2022-10-21 04:07 수정 2022-10-21 11:02
쓰레기차량이 수거해 온 폐기물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쏟아놓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 서구에 자리한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2월 경기도에서 나온 쓰레기가 처음 묻힌 이후 30여년째 수도권 3개 시·도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을 땅 아래 두고 있다. 각각 2000년 10월과 2018년 10월 매립이 끝난 제1매립장(251만㎡), 제2매립장(262만㎡)에는 모두 1억4443만t의 폐기물이 묻힌 상태다. 2025년 현재의 제3-1매립장(83만㎡)까지 사용이 종료되면 수도권매립지에 묻힌 폐기물은 1억6262만t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이미 막대한 폐기물이 묻힌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종료 여부를 두고 갈등과 반목을 빚고 있다. 인천시는 일방적으로 피해만 볼 수 없다며 사용 종료를 고수하고, 서울시는 대체매립지를 조성할 땅이 없다며 난처한 입장이다. 경기도 역시 대체매립지를 떠안는 것 아니냐며 부담감을 호소하는 상태다. 지자체 3각 갈등은 여전히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체매립지 확보에 실패하고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가 안 된다면 3개 시·도가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로 이어지는 도로를 폐쇄해 서울과 경기도의 쓰레기 반입을 원천 차단할 수도 있다. 인천시는 이미 공공연하게 수도권매립지 도로 폐쇄를 언급하며 서울시와 경기도를 압박한 전례가 있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수도권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2년째 이어진 갈등의 고리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수도권매립지를 쟁점으로 인천지역 국회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미추홀구갑)은 “지하철 5호선 검단, 김포를 연장해 달랬더니 서울시는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인천에 만들어주면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며 “쓰레기는 발생지 처리가 원칙인데, 인천 시민만 희생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약속을 안 지킨 게 없다”며 “합의 7년이 지났다고 무시하고 (폐기물을) 못 받겠다고 하는 것은 인천이지 서울이 아니다”고 맞섰다.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전경.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에는 지하의 메탄가스를 모으기 위한 수직가스포집정이 곳곳에 박혀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수도권 3개 시·도의 갈등은 2010년 8월부터 12년째 이어진다. 사용 종료를 고수하는 인천시와 연장을 주장하는 서울시의 대립으로 촉발된 갈등은 2015년 6월 환경부·인천시·서울시·경기도 4자 합의를 통해 일단락됐다. 4자 합의에는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을 추가로 사용하되 포화 전까지 대체매립지를 조성한다는 조건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엔 대체매립지 조성 조건이 수도권 3개 시·도의 새로운 갈등을 부추겼다. 악취, 분진 등 환경 문제와 주민 반발을 불러올 대체매립지를 모두 기피하는 탓이다. 지난해 4월과 7월 2차례 대체매립지 공모도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에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를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4자 합의 단서 조항이 갈등의 불을 지폈다. 인천시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않아 단서조항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와 경기도는 대체매립지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만큼 인천시 주장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땅엔 NO”…대체매립지 요원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4자 협의체는 폐기물 처리를 위한 자원순환 정책과 법률 등을 실무차원에서 공유하며 대체매립지 후보지를 함께 물색 중이다.

인천시는 한때 ‘발생지 처리 원칙’을 내세우며 자체매립지 조성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추진했지만, 민선 8기 출범 이후 대체매립지 확보로 정책을 선회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도 대체매립지 조성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추진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역시 대체매립지 조성·운영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오 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김동연 경기지사는 최근 2차례 회동에서 수도권매립지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체매립지를 어디에 만들 것인가에 대한 3개 시·도의 속내는 여전히 다르다. 인천시는 그동안 피해를 본 만큼 대체매립지를 다른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대체매립지 확보에 소극적이다. 경기도는 4자 회의에서 대체매립지로 거론되는 부지가 있으면서도 향후 불거질 주민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3-1매립장의 포화 시점으로 예상되는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3개 시·도 모두 후보지를 선정해도 환경 문제와 주민 반발을 해결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정상으로는 내년 초까지 대체매립지를 확보해야 인천시 바람대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 등에 3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개 시·도가 지금처럼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지자체 간 갈등을 넘어 상대 지역을 비하하는 주민들의 첨예한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20일 “서울시와 경기도 역시 대체매립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뜻을 맞추고 있다”며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대체매립지 확보가 늦어지지 않도록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