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마추어의 힘 조절

입력 2022-10-21 04:03

검도를 배운 지 백 일이 좀 넘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운동이었는데 다리가 두꺼워지고 어깨가 넓어진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 꼭 그걸 하지 않았음에도 성장 과정에서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에 그저 하루라도 젊을 때 시작해보자 싶어 막 등록을 했다. 역시 폼도 나고 다리도 튼튼해진다. 무엇보다도 무척 재미있다.

요새는 기세와 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걸 배우고 있다. 검을 쓸 때 허리로 버티는 힘이 중요한데 이때 한순간 박차고 나가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훈련 방법 중 하나로 배 부위에 찬 보호대를 상대 보호대와 맞부딪치는 걸 한다. 아무리 그래도 호리호리한 여성의 몸인데, 단단해 보이는 남성 선배의 배랑 부딪치면 내가 튕겨 나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생각보다 내 힘은 무척 셌고, 사범님과 선배는 감탄하며 ‘따봉’을 날렸다.

그때 발동이 걸렸다. 역시 젊음을 이기는 건 없다고 착각한 초보 검객은 모든 힘을 써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어느덧 속도도 호흡도 모두 놓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제일 먼저 나동그라졌다. 자세도 흐트러지고 기운도 쭉 빠졌다. 선배들은 후배가 열심히 연습하도록 일부러 머리와 손목, 허리를 맞아주는데 힘 조절을 잘 못하니 이들을 정말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어깨 힘 빼기와 허리 펴기, 서두르지 않기는 내게 당면한 큰 숙제가 됐다.

힘 빼기는 내가 아는 한 거의 대부분의 운동에 관한 비기다. 사실 정확한 표현은 힘 조절이 옳을 것이다. 임팩트 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실어 나르고, 그 힘을 주기 위해 인간의 몸은 온전히 도구로서 움직인다. 그런데 힘 조절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오만함을 다스리는 것이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또는 젊다는 이유로 경험과 시간이 축적하는 가치를 쉽게 꺾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가는, 기본 자세마저 몽땅 망가진 채 힘만 몰아 쓰고 금세 나자빠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어울리는 가을이다. 나의 힘이 자칫 오만하게 쓰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보기 좋은 계절이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