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아픈 손가락’ 중국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이후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세를 몰아 내년에 ‘중국 맞춤형’ 저가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19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8월 중국에서 자동차 14만4254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3만4099대)보다 38.4%나 줄어든 수치다. 기아 상황도 비슷하다. 8만1598대에서 6만787대로 감소했다. 하지만 반전은 있다. 5월 이후 월별 실적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대차의 월별 중국 판매량은 5월 8435대에서 6월 1만8097대로 배 이상 뛰었다. 이어 7월 2만4031대, 8월 2만6065대로 상승 흐름을 잇고 있다. 7월과 8월은 1년 전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런 변화의 최전선에는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7세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가 있다. 엘란트라는 지난 7월 ‘월 1만대 클럽’에 다시 가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란트라가 중국의 주류 소비세대로 성장한 ‘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의 차량 소비층이 젊어지는 추세를 고려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걸 핵심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 내놓은 ‘성다(한국명 싼타페) 트래블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중국 시장에서 저가 전기차 2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당초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계열 전기차를 출시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은 저가 전기차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중국 맞춤형 저가 전기차는 베이징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전기차 모델 투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7세대 엘란트라의 인기를 등에 업고 조만간 고성능 모델인 ‘엘란트라 N’도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의 수소차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중국 광저우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HTWO)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안에 중국 규정에 맞게 설계한 ‘넥쏘’도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선전하며 올해 상반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성차그룹 세계 3위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유독 중국은 난공불락이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촉발한 한·중 관계 악화가 계기였다. 중국시장 판매량은 2016년 114만2016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78만5006대, 2018년 79만177대, 2019년 65만123대, 2020년 50만2000대, 지난해 38만5000대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도 7.35%에서 1.7%까지 떨어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