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법원 판결 이전에도 스토킹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조항도 폐지할 방침이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같은 중대 스토킹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 엄정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엔 법원 선고 전에도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게 하는 ‘잠정조치 3호 2’가 신설됐다. 현재 법원은 1~4호의 잠정조치를 통해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을 명령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추적이 쉽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선고 전에도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해 경찰이 위치정보를 파악하고 재범을 방지토록 할 계획이다. 인권침해 우려에 대해 한 장관은 “무조건 신고만 하면 (장치를) 붙이는 게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거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도 추진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접근하는 과정에서 신당역 사건과 같은 보복 범죄가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신당역 사건 피고인 전주환 역시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도 확대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게시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고, 온라인에서 피해자를 사칭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현행법이 피해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 ‘도달’되는 경우에만 온라인 스토킹으로 간주하면서 ‘지인능욕방’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벌어지는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점이 문제로 거론돼 왔다.
한 장관은 “온라인 스토킹은 대면 스토킹의 전조이자 20대 여성의 80%가 경험한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강조했다.
잠정조치나 수사기관의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현재는 잠정조치를 어길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에 처한다. 이를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징역 2년 이하 범죄는 현행범이 아니면 긴급체포가 불가능하지만 개정안 통과 이후엔 긴급체포가 가능해진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