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끼여 죽고 떨어져 죽는 후진국형 사고 언제까지 봐야 하나

입력 2022-10-20 04:04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숨진 여성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장 분향소에서 지난 17일 노동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또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지게차가 이동 중 직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올해만 세 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 노동자는 타워크레인 보수 작업 중에 떨어진 자재에 맞아 숨졌고, 다른 노동자는 이동식 철제 작업대 사이에 끼여 숨졌다.

지난해 떨어져 죽은 노동자가 351명이었고, 기계에 끼여 죽은 노동자가 95명이었다(국민일보 19일자 1면).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기계에 끼여 숨진 노동자는 매년 100명 안팎이다.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 공장에서 고추냉이 소스를 붓던 A씨(23)가 혼합기에 끼여 사망했다. 국민은 A씨 사고에 분노했다. 그런데 또 다른 A씨 100여명이 매년 기계에 끼여 죽고 있다.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용역업체 직원 19살 김모군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김군의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기업들이 반발했고, 법안은 국회에 계류됐다. 2018년 12월 발전소에서 일하던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 운송 컨베이어 벨트 밑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다 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제야 개정안은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통과됐다. 올해 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그런데 사고가 줄지 않는다. 법안이 개정될 때마다 여기저기 구멍이 생겼고, 규정은 모호해졌다. 안전은 늘 돈에 밀렸다.

규제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안전 기준은 높여야 한다. 2인 1조 규정만 지키고, 안전장치만 설치해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았다.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49번째가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및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이다. 중대재해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고위험에 노출된 소규모 사업장을 지원하며, 산업안전보건 지침과 매뉴얼을 정비해 경영자의 의무를 명확히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제 약속을 실천할 때다. 기업과 노동계,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언제까지 후진국형 사고에 가슴 아파할 순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