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만 53개… ‘개발자 무덤’에 복지 시스템 먹통

입력 2022-10-20 00:02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 달 반 가까이 오류를 빚고 있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사업단을 이룬 3개 기업이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만 5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개발 과정에서 90%에 달하는 개발자가 이탈한 데는 이 같은 구조에다 무리하게 개통 일정을 잡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9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하도급 현황 자료를 보면 사업단을 구성한 LG CNS가 35곳, 한국정보기술은 14곳, VTW는 4곳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도급 계약비용은 사업비 약 1279억원 중 47.1%인 약 598억원이 들어갔다. 사업단은 그간 모두 343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나 이 중 307명이 퇴사했다. 상당수는 하도급 업체 소속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단 측은 전날 인력 60여명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문제 해결은 빨라도 다음 달에나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기업 요청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하도급 업체는 ‘SI(System Integration)’ 업체로 불린다. 대기업이 정부 사업을 따낼 경우엔 직접 개발자를 고용하는 게 아니라 SI업체에 일감을 배분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업계는 정부가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게 주관사가 하도급 업체를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개발인력의 다수인 하도급 업체 개발자들이 이탈했다고 본다.

IT노조 관계자는 “최근 개발자 이직이 잦아진 걸 감안해도 사업단에서의 집단 이탈 규모가 너무 크다. 통합 테스트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게 큰 이유”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사업단 회의록에서도 이런 정황이 나타난다. 지난 7월 26일 회의록엔 “개통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뒤로 미뤄도 되는 것과 지금 무조건 해야 되는 것들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IT노조 관계자는 “개발범위나 요구조건이 계속 달라지고, 그 와중에 기간을 맞추라는 압박이 더해지면 개발을 정상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