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대형 교통사고로 장기간 병원생활을 하다가 회사를 퇴직하고 딸이 사는 춘천으로 이사왔다. 그런데 착실한 불교신자였던 아내가 딸과 사위의 끈질긴 권유로 이사를 오자마자 절이 아닌 교회에 나갔다. 신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아내의 개종 결심은 충격이었다. 낯선 타향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시급했다. 다행히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밤을 새우며 열심히 근무했다. 그런데 얼마 후 관리소장이, 경비원이 인사도 안 한다며 건방지다는 민원이 들어 왔다고 했다.
처음부터 자존심 따위는 접었지만 막상 당하니 당장 그만두고 싶었다. 그래도 참고 8년간 근무하고 정년이 되어 퇴직을 했다. 1년쯤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관리소장을 만났는데 미화원 한 명이 필요하다며 다시 일하기를 권했다. 적은 월급이지만 내겐 더할 나위 없이 큰 것이어서 감사함으로 일했다.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가족들에게 못을 박았는데 딸과 사위가 작전을 바꿔 손녀들 둘을 내세웠다. “할아버지 교회 나오세요. 천국 가셔야죠. 지옥 가면 어떡해요.” 하며 매달려 어쩔 수 없이 얼떨결에 일을 그만두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퇴직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압박이 들어왔다. 정말 싫었지만 약속을 어길 수 없어 일단 한번 가보자며 생전 처음 교회 문을 들어섰다. 나무 의자에 다리도 펼 수 없는 좁은 공간도 불편하고, 쉴 새 없이 들리는 기도소리도 시끄럽기만 했다. 목사님 설교 말씀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확신에 찬 말씀 선포와 성도들의 열정적 모습에서 여기에 무엇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회자 자녀인 사위가 예배 후에 질문을 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부활로 시작해서 부활로 끝나는 말씀에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교회 갈 때와는 달리 마음이 무척 가벼웠다.
그렇게 첫 예배를 드리고 난 후, 차라리 이렇게 끌려 다니지 말고 긍정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과 간증을 보기 시작했다. 전혀 알 수 없는 단어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뿐인 성경책 읽기가 힘들어도 가족의 응원으로 참으며 계속 읽었다. 그러나 물고기 뱃속에서 3일 후에 살아 난 것,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인 것 등 의심만 눈덩이처럼 커졌다. 아무리 제자들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역사라 할지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남들 다 잘 믿는 하나님을 나는 왜 믿지 못하고 토만 자꾸 달까?’ 하며 자책을 하고, 부활 말씀을 수없이 들어도 이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예수의 하신 말씀을 믿었다.’는 말씀에 내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활은 도저히 내 생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자 부활을 전하다가 순교한 제자들이 새롭게 보였다. 오직 예수님의 부활이 성경 말씀을 모두 믿을 수 있게 하는 확실한 증거임을 성령께서 비춰주셨다. 바로 무릎을 치며 예수님의 부활이 실제 사건임을 정확히 알게 됐다. 그제야 평생 믿지 않고 버텼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식들은 오랫동안 정성껏 드리던 집안의 제사를 파하고 추도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깔끔하지 않았다. 돌아가신 부모님 기일에 후손들이 모여 절 한번 하는 것이 왜 안 되는 것인지 마음에서 쉽게 용납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눈치 챈 딸이 고린도전서 10장 말씀을 하며 이방인의 제사는 귀신에게 하는 것이고, 하나님이 원치 않는 것이라는 말씀을 찾아 주었다. 그 말씀에 바로 굴복하고 즉시 동생들에게 편지를 써서 앞으로 추도예배를 드리겠다고 선포했다. 예상대로 믿지 않는 두 동생이 불참한 상태에서 믿는 형제들과 자식들이 모여 감격의 추도예배를 드렸다.
지난 해에는 어머님 기일이 마침 피서철이라 동해안 바닷가 펜션에서 전 가족이 모여서 의미 있는 추도예배도 드리고, 복음을 나누며 즐겁고 기쁘게 하루를 보냈다. 아직도 믿지 않는 가족들이 모두 주님께 돌아올 것을 믿으며 날마다 기도하고, 우리 교회 많은 성도들이 방송 프로에 나와 복음으로 다시 살아난 간증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전단지를 붙이며 홍보했다.
그러다 셋째 남동생이 암 진단을 받았다. 투병기간 동안 날마다 찾아가 복음을 전하며 눈물로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내 사랑하는 동생, 제발 이 고통에서 벗어나 하나님 품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옵소서.” 막내딸이 회사에 휴가를 내고 동해로 찾아가 퇴원한 동생에게 복음을 전했다. 동생은 마지막 순간에 벌어진 입을 움직여 말씀에 아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천국으로 떠났다.
장례식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동생의 죽음이 남은 가족들에게 복음의 통로가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가 나왔다. 하나님 품으로 가는 날,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다 왔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은 자신있게 대답하고 영원한 주님 품에 안길 것을 소망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이종일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