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업가로부터 각종 청탁 대가로 10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정근(59)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을 19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씨가 뒷돈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여권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웠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공무원·공공기관 임원 등에 청탁해 정부 에너지기금 배정과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에게 모두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그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2∼4월 박씨에게 선거비용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씨의 수수 금액 중 알선 대가와 불법 정치자금이 일부 겹친다고 보고 총 수수 규모를 10억원으로 판단했다. 이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돈을 빌린 것일 뿐 청탁 사실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검찰은 최근 이씨 모친의 자택을 추가 압수수색해 애초 그가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던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올여름 서울 일대 폭우가 쏟아졌을 때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이 추가 확보한 휴대전화에는 그가 친분을 거론한 정치권 인사들과의 통화 내역 등이 다수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이씨가 수수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따라 사건이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 정부 청와대 주요 관계자 및 야권 핵심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을 신중히 살펴보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맡았던 이씨는 지난 3월 보궐선거에 서울 서초갑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