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결합(M&A) 심사 기준 개정을 추진한다. 카카오,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신규 시장 진출에서 발생하는 경쟁 제한 효과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온라인 플랫폼 분야 M&A 심사 및 규제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발주했다. 유찰과 재공고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시작된 연구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 중 심사 기준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에서 플랫폼 기업이 사업영역 확장과 성장 주요 전략으로 M&A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카카오와 네이버의 M&A 심사 건수는 78건에 달한다. 2018년 이후 카카오 계열사는 72개, 네이버 계열사는 9개 늘었다.
공정위는 “네트워크 효과가 큰 플랫폼 분야에서 복합적 지배력이 강화되면 여러 시장이 동반적으로 독점화될 우려가 있다”며 “거대 플랫폼 자체가 개별 상품·서비스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M&A 단계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연구 목적을 설명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복합적 지배력 강화 현상 예시로는 카카오를 언급했다. 플랫폼 기업이 핵심 사업 분야의 지배력을 피인수 기업의 시장으로 확장하는 사례로 카카오헤어샵을 들었다. 카카오가 미용실 예약 중개서비스 ‘하시스’를 인수한 후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미용실 예약 중개서비스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피인수 기업의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플랫폼 자체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현상의 예시로도 카카오를 꼽았다. 택시 호출 플랫폼에서 대리운전 중개, 렌터카 대여, 항공권 예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한 카카오모빌리티를 언급했다.
카카오의 M&A가 복합적 지배력 강화 현상의 예시로 언급됐지만 현행 결합심사 기준으로 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공정위는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일 경우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자산, 매출액 등이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는 전통 산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준이다. 서비스 가입자 수, 트래픽(데이터양) 등을 고려해야 하는 플랫폼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카카오톡의 경우 무료서비스이기 때문에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배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분야 M&A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마련해 지침 개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9일 “전통적인 산업 기준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어 플랫폼 분야에 맞는 판단기준과 지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