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상담이 절실한 순간이 찾아오지만, 모든 이가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건 아니다. 이미 너무 흔해져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증마저 그리스도인, 특히 목회자에겐 질병이 아닌 부족한 믿음 탓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치료는커녕 숨기기에 급급한 경우도 적잖다. 나이 듦의 스트레스와 부부·자녀와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목회자와 노년기, 가족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기독교 상담의 실제를 보여주는 신간 3권이 나왔다. ‘특별한 부르심 특별한 아픔’(생명의말씀사)과 ‘시니어 상담’(성서유니온), ‘보통의 가족이 가장 무섭다’(따스한 이야기)이다. 세 책이 집중해 다루는 대상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 책의 핵심이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한 상담’이란 점은 같다.
고려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 교수인 저자가 쓴 ‘특별한 부르심 특별한 아픔’은 일반인이 알기 힘든 목회자의 아픔에 주목한다. 그는 우울증을 ‘신실하고 진지한 목회자와 거리가 가까운 섬김의 동반자’라고 칭한다. 범사에 오래 참는 걸 미덕으로 여기고 우울감을 그저 억누르다 병을 키우는 목회자가 적잖은 이유다.
목회자가 특히 우울감에 시달리는 이유로는 ‘좋은 목회자 증후군’과 ‘쉼을 죄악시하는 문화’를 든다. 여전히 교계에서 힘을 발휘하는 ‘일주일 내내 교회 강단에서 자고 새벽기도를 인도한다’는 무용담도 강력히 배격한다. “성도들이 말하는 ‘좋은 목회자’란 어쩌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밤새워 교회에서 기도하며 탁월하게 설교하는 목회자일지 모른다.…그러나 이런 완벽한 이미지가 성실한 목회자를 낙심하게 만들 수 있다.”
목회자 우울증의 해결책으로는 병원 치료와 전문가 상담을 우선 권하지만, 시편 묵상이나 타 목회자 설교 청취 등 자가치유적 대안도 제안한다. 더불어 “예수가 십자가에서 겪은 아픔을 기억하며 하나님과 동행하자”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시니어 상담’은 교회 안팎의 시니어(65세 이상 노인)가 직면한 나이 듦과 고독, 세대 간 갈등 및 치매 등에 관한 성경적 대안을 제시한다. 백석대와 개신대학원대에서 실천신학 및 상담학 교수를 하다 인천제2장로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저자는 ‘성경이 말하는 시니어’를 설명하며 부정적 일변도인 한국 사회의 노인 통념을 반박한다. 성경은 시니어를 다음세대에 하나님의 능력과 정의를 전수하는 자(시 71:17~18)로 묘사한다.
시니어의 자존감을 재력이나 권력이 아닌 ‘하나님과의 동행’으로 꼽은 지점도 인상 깊다. “시니어의 참 의미와 기쁨은 내 안에 ‘하나님 형상이 지금도 살아 꿈틀거리느냐’에서 판가름 납니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시니어엔 예수의 ‘케노시스’(자기 비움) 정신을 강조하며 ‘라떼는’(나 때는)이 아닌 ‘너 때는’으로 말을 꺼내보자는 조언도 건넨다.
치매와 우울증, 자살과 성적 충동 등 노년의 주요 걸림돌도 성경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좌절이 아닌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권사에게 저자는 말한다. “치매자는 실패한 소외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 가운데 어려운 광야 길을 걷는 소중한 그분의 자녀입니다.”
20여년간 가족 심리상담가로 활동한 저자가 쓴 ‘보통의 가족이 가장 무섭다’는 제목대로 혈연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와 그 상담 결과를 다룬다. 미혼 내연남을 포기하기 힘들다는 유부녀, 부모의 간섭으로 우울증에 빠진 딸, 또 한 번의 이혼이 두려워 남편의 외도를 감내하는 아내…. 쉽지 않은 상황에도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자 찾아온 내담자를 격려하는 저자의 응원에 진심이 묻어난다.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찾고, 드러내 말하는 순간 길이 보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