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은 마취나 불면증, 알코올 후유증 치료에 사용되는 중추신경억제제다.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의 분비를 억제해 취한 것 같으면서도 몸이 나른해지는 효과가 있다. 마약 범죄자들이 여성 성폭력 목적으로 음료나 술에 몰래 탄다고 해서 ‘물뽕’ 또는 ‘레이디 킬러’등으로 불린다. 같은 목적으로 음료수나 술에 몰래 타는 필로폰(매스암페타민)의 별칭은 ‘퐁당’, ‘몰래뽕’이다.
이처럼 여성들의 원치 않는 마약 복용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펴낸 ‘마약 범죄 백서’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 사범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17년 18.6%, 2019년 20.3%, 2020년 23.9%, 2021년 24.6% 등 증가 추세다. 유상희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의 ‘한국 여성의 마약류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검찰의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 136명 중 마약을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타의로 시작한 경우가 12.5%(17명), 술과 커피 등에 몰래 들어간 마약을 복용한 경우가 5.8%(8명)였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마약 복용 사실 자체를 몰라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2018년 ‘버닝썬 사건’ 때도 경찰은 복용 후 6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물뽕의 특성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권오석 박사 연구팀은 지난 4월 헤미시아닌이라는 염료를 기반으로 GHB와 반응하면 색이 바뀌는 화합물을 하이드로겔 형태로 개발했는데 곧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겔을 지갑 휴대전화 등에 붙인 뒤 음료 방울을 표면에 묻히면 GHB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도 최근 GHB뿐 아니라 필로폰 엑스터시 코카인 케타민 등을 검출할 수 있는 시제품을 내놨다. 가방 휴대전화 등에 붙이는 스티커형과 음료수 잔 등에 담그는 스틱형 등 2종류다.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 현장 수사용과 마약 전문수사관용 키트도 개발 중이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