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은 산수가 뛰어난 고장이다. ‘꽃필 화(華)’에 ‘내 천(川)’이라는 지명 그대로 수려한 산세 속에 파로호에서 춘천댐으로 이어지는 북한강 물길이 굽이친다.
화천과 춘천의 경계를 이루는 용화산(龍華山)은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쪽이 용이 돼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첩첩산중에 꼭꼭 숨은 해발 878m 산으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북쪽으로는 파로호, 서쪽으로는 춘천호, 남쪽으로는 소양호를 끼고 우뚝 솟아 ‘영서 북부의 최고 전망대’로 불린다.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바위의 위용이 예사롭지 않아 전국 100대 명산에 포함될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산 곳곳에 상고(上古)시대 맥국(貊國)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고, 깎아지른 절벽마다 재미있는 설화가 구전된다. 맥국 임금이 지금의 소양강댐 하류 춘천지역을 도읍으로 정하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성을 쌓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후 신라, 고구려, 백제의 격전지였고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화천댐의 전력 확보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치른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역사 현장이기도 했다.
용화산은 춘천과 화천에서 출발하는 등산로가 여럿 있고 주변 오봉산까지 능선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교통이 불편해 아직까지 찾는 이가 많지는 않다. 용화산 정상까지 가장 빨리 다녀오면서 편하게 암릉 절경을 감상하려면 화천군 하남면 삼화리 큰고개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정상까지 700m로, 50분 정도면 족하다.
들머리에서 올라서면 초입부터 가풀막이다. 가장 먼저 명품 소나무가 반긴다. 바위 옆에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가 멀리 보이는 산과 어울려 절경을 연출한다. 그 옆에 서면 춘천의 중심에 자리한 봉의산이 시야에 잡히고, 그 뒤로 춘천을 둘러싼 대룡산, 금병산, 삼악산 등 주변 명산의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왼쪽으로 더 눈을 돌리면 멀리 기기묘묘한 바위가 장관을 이룬다. 바윗길을 따라 가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치솟은 기암괴석의 향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웅장하고 경이롭게 느껴지는 바위 능선을 따라 용화산의 수려한 비경이 펼쳐진다. 빼어난 분재를 수만배 확대해 놓은 것처럼 암반 사이에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송군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름 아침 안개가 계곡을 채우면 선계(仙界)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상에 가까워지면 발 아래로 수십m의 절벽이 아찔하다. 용화산 새남바위다. ‘새가 난다’는 뜻으로, 큰 바위를 날아오르던 새가 힘이 부쳐 앉아 바위가 됐다고 한다. 높이 150m, 폭 200m에 달하는 화강암벽으로 암벽 등반지로도 인기가 많다
인기 암벽 코스는 ‘용화의 전설’이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북한산 인수봉 귀바위나 눈썹바위처럼 툭 튀어나와 있다. 지면과 수직을 기준으로 90도 이상으로 굽어진 오버행(처마 바위)을 타고 수평 크랙을 넘어가는 전체 22m 구간이다. 용이 용트림하다 승천하는 느낌이다. 상당한 고도감에 강한 담력과 지구력이 요구된다.
정상 표지석이 서 있는 지점은 숲에 가려 시야가 트이지 않으나 조금만 벗어나 고탄령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서면 조망이 빼어나다.
용화산이 있는 삼화리와 이웃한 거례리 북한강 변에 연인들의 명소 ‘사랑나무’가 있다. 수령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는 여기서 사랑을 고백하면 이뤄진다고 해서 별칭을 얻었다. 소중한 사람과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북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도 좋다.
사랑나무 주변은 북한강 상류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강변산책로와 생태숲, 광장 등이 조성돼 있다. 사랑나무 남쪽에는 강 가운데 작은 섬까지 다리를 놓고, 끝에 반지 모양의 전망대를 만들어 반지교라 부르는 곳이 있다.
북한강 상류로 화천읍내를 지나면 ‘살랑교’가 있다. 다리가 연결하는 건너편 마을 살랑골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총길이 290m, 폭 3m 규모로 사람과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다. 교각 상판 중 120m 구간은 투명유리가 설치된 ‘스카이워크’ 존으로 조성돼 발밑으로 흐르는 북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화천 산소길 중 한 구간인 ‘숲으로 다리’로 연결된다. 물 위에 뜨는 튜브 형태의 폰툰 보트를 띄우고 그 위에 나무 바닥을 촘촘히 얽어 만든 다리다.
여행메모
용화산 초입 ‘큰고개’에 무료 주차장
민통선 백암산 케이블카 22일 운행
용화산 초입 ‘큰고개’에 무료 주차장
민통선 백암산 케이블카 22일 운행
강원도 춘천시에서 407호선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 화천읍을 지척에 두고 9번 군도로 접어들어 도로 끝 지점까지 오르면 용화산 산행 초입 ‘큰고개’에 이른다. 무료 주차장이 있다. 산행은 그리 힘들지 않으나 암릉지대가 많은 만큼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백암산(해발 1179m) 일원에 조성된 국내 최북단 백암산 케이블카가 22일 운행을 시작한다. 2.12㎞ 거리를 초속 5m로 15분 정도 이동한다. 46인승 2대가 양방향으로 움직이는 교주식 방식이다. 케이블카 바닥 일부는 유리로 마감됐다. 산 정상에서 14㎞ 떨어진 북한 금강산댐과 북한 마을 등을 볼 수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자리 잡고 있어 백암산 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탑승할 수 있으며 전방 상황에 따라 입장이 통제될 수도 있다. 하루 입장 가능 인원은 500명이다. 케이블카는 파로호 유람선 평화누리호와 연계해 운행한다.
화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