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우선순위 민생법안으로 정하고,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기세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개정안이 오히려 쌀 과잉공급 구조를 심화시키고 농민들의 다른 작물 재배를 막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끝내 민주당이 개정안을 단독처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쌀값을 안정시키고 벼 재배 농가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1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의 공급과잉 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을 가중해 미래 농업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것에 정부와 여당은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벼 대신 타 작물 재배를 통해 쌀 재배면적을 줄여나가고, 이에 따른 예산 등을 더 확대해서 실질적인 농업발전과 농민 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양곡관리법은 더 미룰 과제가 아니다”며 “19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행처리를 시사한 것이다. 농해수위 위원 19명 중 의결 정족수를 넘는 11명이 민주당 소속이라 민주당의 개정안 단독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처리를 ‘민생 성과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아주 심하게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작면적 조정을 위한 대체작물 지원제도, 그리고 일정한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시장격리를 해야 하는 ‘자동격리제도’ 도입을 최대한 신속하게 또 강력하게 추진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치게 된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안건 상정을 60일 동안 막을 수 있다.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60일 동안 최대한 민주당을 설득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설득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사위에서 60일 동안 법안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농해수위 위원장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개정안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최악의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치면서 조정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여야가 타협점을 찾기를 기대했다.
정현수 오주환 이상헌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