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낙점한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의 주민 설명회가 고성과 욕설, 몸싸움 등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무산됐다. 시는 조만간 다시 일정을 잡을 예정이지만 현장 분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험악했던 탓에 일정 조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가 18일 오후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하려던 주민 설명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소각장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 수백명은 주민 설명회 시작 전부터 행사장 안팎을 점거하고 거세게 반발했다.
마포 소각장 신설 백지화투쟁본부는 주민 설명회를 2시간여 앞둔 오후 1시쯤부터 누리꿈스퀘어 정문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마포구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서울시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각장 위치 선정 과정에서 많은 절차적 위반 사항들이 있다”며 “서울시가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각장 설명회를 일방적으로 개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설명회 시작 30여분 전에는 마포구 주민 100여명이 회의실로 진입해 “상암동 후보지 선정을 철회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소각장 추가 결사 반대’, ‘전면 철회’ 등의 손팻말과 현수막도 등장했다. 행사 진행 방해를 위해 부부젤라와 소고, 호루라기를 부는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마포 구민이 아닌 사람들이 왜 행사장에 있냐”고 항의했고, 서울시는 “시민들은 누구나 올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한 시 공무원이 마이크를 잡고 “폭력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다. 행사를 기록 중”이라고 안내했지만 “마포구민이 아니면 나가라”는 고함만 되돌아왔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300여명의 주민이 우르르 회의실로 들어왔다. 주민 설명회 직전 주민들은 단상에 올라선 뒤 행사장 전체를 점거했다. 결국 시 관계자들과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행사장이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한 참석자는 “시 직원들과 주민들이 다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격렬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오후 3시쯤 주민 설명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하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시 관계자는 “첫 주민 설명회는 무산됐지만 조만간 찾아가는 맞춤형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역주민·전문가가 참여하는 소통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행사 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