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에 3개는 옛말”… 재료값 상승에 붕어빵도 ‘귀하신 몸’

입력 2022-10-19 04:04

“붕어빵 3개 1000원이 언제적 이야기입니까. 재료값 오른 것 보면 그런 얘기 안 나올걸요?”

서울 암사역 부근에서 붕어빵을 파는 A씨는 일찍이 지난겨울부터 붕어빵 가격을 2개에 1000원으로 인상했다. 그는 “3개 2000원에 파는 곳도 적지 않다”며 “반죽·팥·크림 등 원가가 올해 초부터 크게 오른 영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물가 급등 여파가 붕어빵·호떡 등 겨울철 서민 간식에도 미치고 있다. 이제 길거리에서 ‘1000원짜리 간식’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18일 서울 신림역 8번 출구 앞 B노점상은 지난겨울까지 붕어빵은 3개에 1000원, 계란빵은 1개에 1000원에 팔았다. 하지만 지난달 붕어빵은 2개에 1000원, 계란빵은 1개에 15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대학생 서모(22)씨는 “대학생·1인 가구가 비교적 많은 신림역 주변 물가는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길거리 음식까지 인플레이션이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길거리 간식 물가 상승은 밀가루와 식용유 등 주요 식재료 영향이 크다. 밀가루는 지난해 12월부터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같은 해 1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불과 0.7% 올랐던 밀가루는 지난해 12월(8.8%), 올해 1월(12.1%) 등 상승률을 기록하더니 지난 9월에는 무려 45.4%나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붕어빵 팥소로 쓰는 수입산 붉은팥(40kg) 도매가격은 27만8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9300원 올랐다. 수입산 붉은팥의 평년 가격은 17만6873원이다. 식용유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식용유는 지난 2월부터 20% 이상 물가 상승률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 대비 55.2%나 상승했다.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는 연료비도 길거리 음식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도시가스비는 지난 5월부터 줄곧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겨울철 간식 노점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노점상에 기계와 식재료 등을 납품하는 업체 한 관계자는 “겨울 성수기를 앞둔 통상 9~10월에 노점 오픈 관련 문의가 이어지는데, 올해는 문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길거리 음식 관련 물가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이 관리하는 458개 품목 물가 상승률 추이로 길거리 음식 가격 변화를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