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의 18일 국정감사는 ‘난타전’으로 요약되는 올해 국감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법사위는 수도권 검찰청을, 행안위는 경기도를 상대로 국감을 벌였다. 민생과 직결된 수사, 삶의 질이 걸린 도정(道政)을 다루는 사안은 테이블에 오를 틈이 없었다. 법사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련된 쌍방울 수사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거론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가 공방의 소재였다. 행안위에선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과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도마에 오르자 김건희 여사 모친이 관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의혹을 꺼내 맞불을 놓는 양상이 펼쳐졌다. 국감장에서 이 대표 얘기가 하도 반복되니 김동연 경기지사가 “저는 이재명이 아니라 김동연입니다”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상임위는 나란히 파행을 겪었다. 법사위는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는 사람”이라 칭한 것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 감사가 중단됐고, 행안위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문제로 다투다 역시 중단되는 곡절을 겪었다. 민생과 무관한 사안에 국감장을 박차고 일어났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정쟁에 불과한 사안을 꺼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달 초 국감이 시작될 때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그들만의 국감’은 어김없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과거에도 국감이 정쟁의 무대로 활용되곤 했지만, 지금은 그 수준이 턱없이 낮아졌다. 국감장의 폭로와 지적이 여론을 움직이고 수사의 방향을 바꾸던 일은 자취를 감췄다.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상대편 수사는 독려하고, 내 편 수사는 비난하며 특검을 운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바탕 싸움판에 지나지 않는다.
정쟁의 대명사로 전락한 국감은 수준 이하로 추락한 정치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정치가 정상적인 궤도를 찾는다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무대이고, 또 그래야 하는 자리다. 아무런 생산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정쟁 일변도의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