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돈 얘기… 그런 느낌을 따라잡고 싶었어요”

입력 2022-10-19 08:01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700억원의 거금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난 속에 살아온 연약한 세 자매가 이 돈의 근원과 행적을 집요하게 쫓는다. 부패한 권력과 유착으로 부를 쌓아 올린 거대 자본을 자매가 결국 무너뜨린다.

서스펜스와 소녀 감성을 접목한 이 드라마는 지난 9일 시청률 11.1%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극본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는 박찬욱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의 작업을 함께 해왔다. 그를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에 돈에 관한 이야기를 쓴 이유는 뭘까. “몇 년간 작업실에 혼자 있다가 밖에 나오니 모든 사람이 다 돈 얘기를 하더라고요. 인사처럼 ‘주식 올랐냐’고 하고요. 우리가 이렇게까지 돈에 대해서 생각했나 싶을 정도로 낯선 느낌이었어요. 마치 돈이 자기계발에 필요한 것처럼 얘기하는 걸 보면서 그런 느낌을 따라잡고 싶었어요.”

정 작가에게 자매 이야기의 영감을 준 건 고전 소설 ‘작은 아씨들’이었다. 예전에 읽을 땐 몰랐는데 세 자매가 지나치게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현대 한국으로 가져와 좀 더 ‘막 나가는’ 자매 이야기를 구상했다. 정 작가는 “가장 연약하고 작아 보이는 세 자매가 거대한 것에 맞서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가 오인주(김고은)·인경(남지현)·인혜(박지후)였다.

이들이 돈을 대하는 태도는 각자 달랐다. 인주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더러운 돈도 상관없다고 한다. 반면 인경은 돈보다 신념을 우선시한다. 인혜는 돈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미술)에 집착한다.

“10대, 20대, 30대로 자매들을 설정했어요. 우린 모두 그런 시기를 겪잖아요. 인주처럼 욕심에 다소 취약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의지, 인경이처럼 세상에 중요한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욕망 같은 거요. 인혜는 10대라면 저렇지 않을까 하고 썼어요.”

돈에 대해서 말하되, 뻔한 결말은 짓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 돈이 처음 출발한 시발점(원령산업)에서 제일 먼 곳으로 보내고 싶어서 가장 어린 친구(인혜)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에겐 디테일한 설정 하나도 의미가 있었다. 인주가 친하게 지내던 언니 진화영(추자현)에게서 받은 20억원을 캐리어가 아닌 배낭에 넣어 어깨에 지고 힘겹게 가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했다. 정 작가는 “큰돈을 얻었을 때 기쁨도 있지만 부담감도 있을 거고 두려움과 희망을 함께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드라마는 성황리에 끝났지만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정 작가는 ‘가난에 낭만성을 부여했다’는 지적에 대해 “너무 오래전에 내가 회고적으로 겪은 가난이라 낭만적으로 보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베트남전을 왜곡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내가 하는 묘사가 베트남 사람들이 봤을 때 얼마큼 불편할 수 있는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