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퇴근길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18일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퇴근길 버스 승객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며 “지난 공판 때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향후 집회 방식을 재고해달라고 당부했음에도 피고인은 이후 출근시간 때 지하철에서도 시위를 해 운행 지연 행위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 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버스 운행을 20여분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닌 일반 버스로 휠체어 승객을 태울 수 없는 구조였다. 박 대표 등은 쇠사슬로 몸을 연결해 묶고 승차를 거부한 버스를 막아섰다.
양 부장판사는 “헌법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 운행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는 주어진 자유와 권리를 남용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로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만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이지 않고, 그간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판사는 도덕선생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훈계하듯 판결했다”며 항소 뜻을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