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23개, 메타 21개 운영 중인데… 자체 데이터센터 없는 카카오

입력 2022-10-19 04:04
경기도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이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에게 공개됐다. 발화 지점인 지하 3층의 전기실 비상축전지가 불에 탄 모습이 보인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해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데이터센터에 투자한다.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의 미래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데이터 관리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은 핵심이기 때문에 자체 데이터센터 확충에 전력투구한다. 이와 달리 사상 초유의 서비스 장애를 빚은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 여기에다 주요 서비스를 한 곳의 데이터센터에 집중하면서 재난 상황 대응, 신속한 복구에 손을 놓았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유타주 이글마운틴에 200만㎡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인프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에 힘을 불어넣는 거대한 슈퍼컴퓨터”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한 물 사용을 줄였고,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된다”며 친환경성도 내세웠다.


메타는 전 세계에 21개의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해마다 55억 달러가량을 데이터센터 인프라 개선 등에 투입한다. 올해도 8억 달러를 책정했다. 수십억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를 24시간 원활하게 가동하려면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메타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는 가상현실(VR)의 경우 데이터양이 지금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데이터센터의 기능·역할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메타뿐만이 아니다. 23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구글은 지난 5년간 미국에서만 370억 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4월에 미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 추가를 위해 95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40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데, 클라우드 서비스 ‘에저’의 공격적 확장을 위해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MS는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모의훈련을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경우 2013년 강원도 춘천시에 문을 연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보안 때문에 구체적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15일 경기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 곳에 데이터 등을 분산해 재난 상황을 대비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의 장기간 먹통 사태를 초래한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 지난해 3월에야 이사회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을 결정했다. 2023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안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에 4249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지만 데이터센터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클라우드 1위인 아마존은 2011년 4월 미국 동부 데이터센터 정전으로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복구에만 하루가 걸렸고 뉴욕타임스, 레딧 등의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이에 빅테크들은 ‘빠른 복구’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위치부터 운영 방식에 이르는 노하우를 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