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인과론… 성경에 강력한 인과론 말씀 있어”

입력 2022-10-19 03:01
김영훈(가운데)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파크뷰에서 진행된 제18회 CLF에서 포럼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지난 2월 16일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tvN)에서는 사랑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내용이 방송돼 눈길을 끌었다. 프로그램 출연자는 김대수(53)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그는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묻는 말에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돌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이제 돌고래를 생각하지 마시라. 아마 불가능할 거다. 계속 돌고래가 생각날 거니까. 이렇듯 억지로 뭔가를 잊으려고 하면 뇌는 그 기억을 계속 소환하게 된다. 다행히 뇌는 시간이 지나면 많은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놓는다.”

어렵게만 여겨지던 과학의 세계를 맛깔나는 설명으로 풀어낸 김 교수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8개월여가 흐른 18일 김 교수는 ‘뇌과학자가 본 신앙과 과학’이라는 주제로 이색적인 강연을 선보였다. 국민일보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파크뷰에서 개최한 제18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을 통해서였다.

18일 ‘뇌과학자가 본 신앙과 과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 권현구 기자

강연은 기독교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기독교 세계관이 믿음과 신앙을 뼈대로 삼는다면, 과학적 세계관은 증거와 증명을 중요시한다. 완전히 대조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관이니 ‘크리스천 과학자’라면 두 세계관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과학은 곧 인과론”이라며 “과학자는 모든 일엔 원인이 있다는 믿음을 품고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성경에도 강력한 인과론의 말씀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알게 되면서 신앙이 있는 과학자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오픈’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뇌과학자의 관점에서 성경 말씀을 해석해 들려줬다. 가령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눅 10:27)는 말씀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우리의 뇌는 철저하게 ‘나’를 먼저 생각하게끔 돼 있기에 뇌과학자가 보기에 이웃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웃을 사랑하려면 ‘이웃의 일=나의 일’이 돼야 한다. 그렇기에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이 ‘진실로’라는 단어”라며 “얼마나 사람들 모습이 답답했으면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라는 말을 자주 하셨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히브리어로 진리를 뜻하는 단어는 ‘에메트’이고, 믿음을 의미하는 단어는 ‘에무나’이다. 그런데 이 두 단어는 진실이라는 뜻의 ‘아만’을 어원으로 삼는다”며 “과학이 좇는 진리와 종교가 추구하는 믿음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진실을 간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적 성숙의 문제를 뇌과학의 관점으로 풀어낸 내용도 주목할 만했다. 성경에는 하나님과 교회, 성도가 연결성을 띠는 것처럼 기술돼 있다. 김 교수는 “무엇을 안다는 것은 뇌에서 정보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경 말씀의 뜻을 안다는 것은 하나님과 내가, 교회와 성도가 연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CLF 강연자로 나선 이유는 그 역시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현재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 집사인 그는 20년 넘게 교회학교 교사로 사역했으며 지금은 청년부 부장을 맡고 있다.

한편 CLF 산하 청년 기독 리더들의 모임인 ‘Y CLF’가 이날 발족했다. 회장은 ㈜이롬 부회장인 김상민 전 국회의원이 맡았다. CLF는 크리스천 리더들의 영적 성장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2019년 출범했다. 오는 12월 20일 열릴 제19회 CLF에서는 이병구 ㈜네패스 회장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