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느슨한 가드닝’이 끝났다. 봄부터 5개월간 서울 서쪽 끝자락인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진행된 가드닝 프로그램이다. 대상자는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칠 수밖에 없는 치매 환자를 전담 간병하는 가족들. 국립수목원 연구사업을 (재)서울그린트러스트와 ㈜그람디자인이 진행했는데, 양천구는 공간을 제공하고 양천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대상자 모집을 도왔다.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정원을 만들고 가꾼 매주 수요일 한나절이 오롯이 나만을 위하고 늘 감동받는 치유의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공교롭게 금요일에도 치유를 만났다. 토론자로 참여했던 서울 도시농업 국제콘퍼런스 주제는 ‘녹색치유, 힐링 도시농업’이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 공원에서 ‘푸드 포 굿(Food for Good)’이란 치유농장을 운영하는 한스 피일스 대표는 노인, 참전용사, 치매 환자 등이 전문가, 자원봉사자와 함께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돌봄과 치유를 얻는다고 발표했다.
치유는 일방적 과정이 아니다. 참가자를 위해 애쓰는 전문가와 자원봉사자가 있고, 식물을 위해 애쓰는 참가자가 있으며, 식물은 존재 자체로 모두에게 기쁨을 나누려 애쓴다. 치매 간병이 어려운 이유는 환자와의 관계가 일방적이기 때문인데, 치유정원에선 자신의 노력이 큰 환대로 되돌아와 관계망이 확장된다. 피일스 대표는 거리에선 알코올 중독자로 구걸하며 살던 참전용사도 농장에서는 할 역할이 있고 또 다른 이를 도울 수 있기에, 누구나와 편안히 소통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지구도 크게 아프지만, 개인도 마찬가지다. 몸이 아픈 사람도 많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이 더 많다. 무한 경쟁과 일방적 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현대인의 필요조건처럼 여겨진다.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을 향한 뜨거운 반응도 이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인간이 자연의 일원임을 잊지 않는 것, 또 자연 속에 머물고 식물을 키우며 관계 맺는 것이 녹색치유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