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리포트] 마당서 거리로… 전통 품고 미래로… 놀아봄세 얼~쑤!

입력 2022-10-18 20:56
경북 안동시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22'를 원도심 거리형 축제로 바꿔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도 '원도심 상권 살리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축제 본연의 의미를 살리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박명수 이하늘의 마스크 EDM 파티에 참여한 관광객들. 안동시 제공

“안동시내 중심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입니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 도심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시가지는 골목마다 북적거렸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3년 만에 열리던 날이었다. 평소 오후 7시쯤이면 인적이 끊겨 황량하던 시내 거리는 오랜만에 인파로 붐볐고 사람들의 표정엔 축제의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다.

게티이미지

도심 전역에서 공연과 각종 전시, 체험, 이벤트 등이 이어지고 10명의 이매(하회별신굿탈놀이에 등장하는 선비의 하인역) 중 진짜 이매를 찾는 프로그램 ‘이매를 찾아라!’와 ‘마스크 버스킹 대회’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폭발적 인기를 구가했다.

차량이 전면 통제된 6차선 도로 위에서 펼쳐진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등 민속축제공연에는 구름인파가 몰리며 축제의 흥행을 이끌었다. 원도심을 메운 인파는 자연스럽게 식당가인 ‘음식의 골목’으로 몰리며 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회마을에서는 ‘선유줄불놀이’가 펼쳐져 하늘에서 불꽃비가 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관람객들은 평생 잊지 못할 가을밤의 추억을 간직하게 됐다.

대한민국이 인정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22’가 도전과 혁신으로 25년 만에 낙동강변 탈춤축제장을 벗어나 원도심 거리형 축제로 탈바꿈하면서 축제의 새로운 기틀을 다진 것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도 ‘원도심 상권 살리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축제 본연의 의미를 살리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탈춤페스티벌을 찾은 관광객들이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안동시 제공

이번 탈춤축제는 종전 10일이었던 축제기간을 5일로 단축해 강렬한 콘텐츠를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38만여명(외국인 1만 5000명 포함)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매일 평균 7만여명의 관광객이 안동을 찾은 것이다.

경동로 거리무대, 홈플러스 앞 경연무대, 웅부공원 민속무대 등 7개 축제 공간과 월영교 개목나루 일대, 하회마을 등 안동시내 전역을 축제 공간으로 활용해 거리형 축제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써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대한민국 대표축제, 글로벌육성축제 등 매년 전국 축제 가운데 높은 순위의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탈춤 단체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축제로 성장했다.

브랜드 가치는 높아졌지만, 축제를 방문하는 관광객 대비 지역 경제 효과는 높지 않다는 게 문제점으로 남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권기창 안동시장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축제의 공간을 원도심으로 옮겨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지역민들이 오롯이 향유할 수 있도록 대변신을 시도했다.

지역 내 50여 개의 상가 등 곳곳에 전시, 체험, 이벤트 등 볼거리, 즐길거리를 배치하고 트로트, 클래식, 국악,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자들이 축제 기간 중 카페, 식당, 호프 등에서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축제 기간 중 음식의 거리에서 맥주축제를 열고 상가 디스플레이와 메뉴 개발 콘테스트, 축제 스탬프투어 등을 추진해 상가들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에 원도심 상권과 전통시장들은 넘쳐나는 인파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도심 거리는 새벽 2~3시까지 축제 분위기 속에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상인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음식의 거리, 갈비골목, 찜닭골목 등 전통시장과 상인들은 평소보다 5~10배 이상의 매출상승 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신반의하던 효과가 현실화 되면서 이제는 축제기간을 늘리고 다른 골목들도 추가해 달라는 제안까지 나올 정도다. 원도심과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도심 거리형 축제 개최 의도가 100%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축제는 지역 주민과 지역 경제가 함께 움직여야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

시민화합 한마당. 안동시 제공

무대 연출, 자원봉사, 교통, 청소, 안내 등 축제 종사자 대부분은 안동시민들로 구성됐다. 여기에다 시장 상인회와 각 점포들까지 축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안동이 만들어 세계인이 소비하는 축제’라는 명성과 가치도 지켰다.

안동 인구 16만명 가운데 2만6500여명이 축제에 직·간접적(공연, 상가, 자원봉사, 운영 등)으로 참여해 안동시민의 16.5%가 축제에 참여하는 진정한 지역민이 만들어 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서도 지역 중 고 대학생 40명으로 구성된 탈춤축제 공식 마스코트 ‘탈놀이단’은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축제장 곳곳에 나타나 K-팝과 추억의 명곡 댄스 등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축제의 만족도를 높였다.

성공적인 원도심 데뷔를 마친 탈춤축제는 향후 더 큰 도약을 위해 몇 가지 과제도 남겼다. 원도심 거리형 축제에 걸맞은 더욱 다양한 콘텐츠 개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다각화, 원도심 내 주차 공간 확보, 사회적 약자 배려 시설 확충 등이다.

탈춤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도심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캐릭터, 소품, 장소, 음식 등이 2차 흥행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년 역사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이제 원도심을 딛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권 시장은 “시민참여형 거리 축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활기차고 매력적인, 사람들로 북적이는 원도심 부활에 이바지해 도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권기창 안동시장
“재미·감동 콘텐츠로 국내외 관광객 찾는 축제 만들 것”


"이번 탈춤축제는 기존에 쌓인 브랜드 가치를 딛고 지역경제 성장의 비전을 마련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권기창(사진) 경북 안동시장은 지난달 개최된 '안동탈춤페스티벌 2022'가 축제 장소를 원도심으로 옮겨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거리 참여형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은 일단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5년동안 낙동강변 탈춤공원에서 열렸던 축제 장소를 도심으로 바꾸는 데는 기관 단체, 축제 종사자, 시민들과 상인들, 심지어 시청 직원들까지도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권 시장은 '축제가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부분에 안동시민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축제 장소를 도심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기존 탈춤축제에서는 일부 상인 또는 외지 상인들이 행사장에 와서 경제적 이윤을 가져갔지만 이번 축제는 타지에서 온 풍물시장, 음식부스 등을 없애 원도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 즉 안동시민들에게 축제의 결실이 돌아가게 했다.

권 시장은 축제를 준비하면서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 탈춤 공연에 대한 미래지향적 도전도 시도했다. 그는 탈춤공연장에서 국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탈춤을 모두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창작탈놀이를 연출해서 진행하는 세계탈놀이경연대회, 탈을 쓰고 노래나 연주를 진행하는 복면버스킹대회, 세계창작탈 공모전 등은 경연을 통해 축제 열기를 높였다.

권 시장은 탈춤축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의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축제라는 명성에 걸맞는 프로그램 보강과 행사운영도 보강해 나갈 방침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과 홍보, 외국인들이 주관하는 공연, 외국인을 초청해 체류형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안동이 가진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역동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개발해 세대를 불문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