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4형제’ 시총 2조 증발… 브랜드 가치 하락 평가도

입력 2022-10-18 04:06
데이터센터 화재사고 여파로 17일 카카오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표시된 이들 회사 주가 추이. 김지훈 기자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역대 최장 기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카카오 그룹주(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주가가 17일 일제히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서비스 오류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5.93% 하락한 4만8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5.14%), 카카오페이(-4.16%)도 4~5%대 급락했으며, 카카오게임즈는 2.22% 떨어졌다.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는 모두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날 하루 동안 ‘카카오 4형제’의 시가총액은 2조561억원 증발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과 포털 ‘다음’을 비롯한 다수 카카오 서비스와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 SK 관계사의 홈페이지 등에서 장시간 오류가 발생한 여파다. 이에 데이터센터의 운영 책임이 있는 SK C&C의 지주사 SK(-3.64%)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 사태로 카카오의 ‘재난 대응 부실’ 논란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검은 월요일’ 우려가 현실이 됐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뱅크·페이 상장 당시 빚을 내가면서까지 우리사주를 사들인 직원들은 손실 규모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날 하락분까지 계산하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평균 2억8000만원, 2억2000만원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페이가 직원들의 반대매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 100억원, 145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환산하면 1인당 1000만~2000만원 정도에 그쳐 직원들의 빚 부담을 크게 줄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주말 동안 이어진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이들은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을 개설하며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소송 참여자 모집에 나선 신재연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화재 원인이 어디에 있든 그런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카카오 측 과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카카오에 보상 비용이 발생하고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입을 피해 규모를 약 220억원으로 전망하며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보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내렸고,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