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반발한 ‘데이터센터 규제법’ 2년 만에 재점화

입력 2022-10-18 04:05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를 겪었던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정상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17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카카오톡 문자, 이미지, 동영상 수발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서비스의 경우 정상화까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사진은 한 시민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을 지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 서비스 장애 등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디지털 정전’ 사태로 데이터센터 규제법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 데이터센터도 정부의 통신재난 방지 관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2년 전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흐지부지됐었다.

17일 정부, 정치권,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를 계기로 2년 전 국회 통과가 무산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일명 데이터센터 규제법)을 재발의하기 위해 검토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2020년 3월 당시 민생당 소속 박선숙 의원이 대표발의했었다. 핵심 내용은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통신사에 집중된 재난관리 대책을 카카오·네이버처럼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넓히는 것이다. 또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도록 했다.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2018년 11월 KT의 서울 아현동 지사 화재사건 이후 통신재난 방지 및 안정성 강화대책의 하나로 추진됐었다. 당시 과기정통부에서도 “통신망에 문제가 없더라도 데이터센터 등에서 재난 장애가 발생한다면 국민이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국회에서 막혔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카카오·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들은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했다.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에 들어가면 자칫 기업의 정보보안 유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기업마다 데이터 보호를 위한 조치를 마련해 놨다며 중복 규제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터넷 기업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모든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IT기기에 집중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이번 사태처럼 전 국민의 일상이 멈출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이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인터넷 기업들이) 자율규제하겠다고 했는데, 큰소리만 쳤지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2년 전 했던 얘기를 다시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정부에서 데이터센터를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입법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임종인 고려대 석좌교수는 “(입법을 통해서든) 데이터센터를 관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 같은 경우 북한의 해킹 위험도 있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다만 법을 만들려면 규제기관의 전문성도 담보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