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서 스파크’ 포착… 최악 카카오 사태, SK로 불똥

입력 2022-10-18 00:04
경기도 성남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17일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에 필요한 자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두고 SK와 카카오의 책임 공방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은 SK㈜ C&C의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다. 하지만 카카오의 미숙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 전 국민의 일상이 마비된 사건을 놓고 카카오는 물론 SK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카카오는 “서비스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논의를 SK㈜ C&C와 진행할 계획”이라고 17일 공시했다. IT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사용자에게 피해 보상을 한 뒤에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본다.

2014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 때 삼성카드는 장비 손실, 업무 중단 등에 대한 보상을 삼성SDS에 청구했다. 청구 금액은 수백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당시 KT는 소상공인 보상, 통신 요금 감면 등으로 수백억원을 보상했다. 이번 사태의 경우 광범위한 피해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구상권 청구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하루 최대 2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피해 책임을 놓고 두 회사의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화재가 1차 원인이지만, 서비스를 빠르게 정상화하지 못한 건 카카오의 부실한 대응 때문이다. SK㈜ C&C는 지난 15일에 “일부 서비스가 백업 미비 등으로 장애가 지속하는 건 해당 서비스 제공사에서 설명할 부분”이라고 언급했었다. 장애 지속의 책임은 서비스 제공사에 있다는 걸 내비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SK 측이 모든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찰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화재는 지난 15일 오후 3시19분 SK㈜ C&C 데이터센터 A동의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했다. 전기실 내 배터리 가운데 1개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불이 시작됐다. 곧바로 자동소화 설비가 작동하는 모습이 CCTV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배터리 1개는 5개의 랙(선반)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화재로 배터리 1개가 모두 탔다. 화재 초기에는 무정전전원장치(UPS)에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이번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나면서 전력 공급에 이상이 생겼고, 오후 3시33분에 카카오의 일부 서버에 전력이 끊겼다. 오후 4시52분에는 소방 당국이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해야 한다. 누전 위험이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SK㈜ C&C 측은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 공급을 막았다. 이때부터 데이터센터에 있는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버 가동이 일제히 중단됐다.

현장 감식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거한 배터리 등을 정밀 감정해 배터리의 자체 과열에 따른 불인지, 전선 단락 등이 유발한 화재인지를 분석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적 요인의 화재로 추정하나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성남=강희청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