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는 역시나 회사의 안전 대책 소홀에 따른 인재였다. 해당 근로자는 원료통을 들어 붓다가 앞치마가 기계에 끼이면서 빨려들어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끼임 방지를 위해 배합 공정의 기계는 덮개를 열면 작동이 멈추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 있는 9대 중 사고 기계 등 7대에 인터록이 없었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20㎏이나 되는 원료통을 들기 위해 직원들이 중량물 이동 보조 장치를 구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거부했다. 2인 1조 운영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1위 제빵 업체 계열사라곤 믿기 힘든 근로자 안전 관리 실태다.
SPC 허영인 회장은 17일 사과문에서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장의 사과는 당연한데 SPC의 행태를 보면 진정성에 대해선 솔직히 회의적이다. 지난 7일에도 해당 공장 근로자의 손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있었다. 회사가 이때 안전점검 등만 제대로 했어도 15일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사고 다음 날인 16일에는 현장 바로 옆 배합기에서 직원들에게 버젓이 일을 시켰다. 같은 날 영국 런던에 파리바게트가 첫 매장을 열었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직원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참담함을 느꼈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SPC그룹이 평소 근로자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재계는 사업장에 사망 사고가 나면 경영진이 책임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요구 중이다. 정부도 경영 여건 개선 차원에서 재계 의견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SPC 사고 같은 비극이 수시로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올해 1월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400명이 훌쩍 넘는다. 기업의 실적 향상은 경영진과 근로자가 한 마음이 된 가운데 나타난다. 직원 안전도 외면하면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건 모순인 시대다. 기업들은 법 개정 로비에 힘쓰기보다 20대 가장이 일하다 어처구니없이 숨지는 후진국형 사고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