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최태원 SK 회장 등을 채택했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플랫폼 서비스 중단이 국민의 일상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다. 플랫폼 서비스 기업의 자율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마저 “국가 기반 인프라에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왜곡하고 모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까지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제 국회와 정부는 디지털 블랙아웃을 야기한 카카오 사태를 온라인 생태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기술 혁신을 앞세워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카카오는 이용자 4700만명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금융과 교통은 물론이고 공공서비스 접속까지 영역을 넓혔다. 홍보, 배달, 결제까지 플랫폼 기업에 일임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는 이들의 갑질에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독과점 폐해 방지에 소극적이었다. 국회도 일이 생겨야 잠시 관심을 보일 뿐이어서 골치 아픈 분야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부처 이기주의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이들은 서민의 삶과 직결된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경쟁 온라인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카카오 사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인프라를 독과점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다. 아무리 혁신을 외쳐도 기업은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 합리적 수준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데 굳이 큰돈을 들여 모든 비상 사태에 대비할 이유가 없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가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회에 증인으로 불러 다짜고짜 소리만 지르는 방식은 곤란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입법예고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 왜 아직 처리되지 못했는지부터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는 규제만 쏟아져 나온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외국의 사례를 충분히 연구하고,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