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사이트에 10대를 주 타깃으로 한 이른바 ‘지인 능욕’ 게시글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는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하던 소극적인 행태는 점차 당사자의 신상을 공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성적 테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7~10월 국내외 35개 플랫폼의 디지털성범죄 게시물을 모니터링해 신고·삭제한 서울시 시민감시단 801명의 최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인을 타깃으로 한 2차 가공 형태의 성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감시단원 A씨는 트위터에서 지인 능욕 또는 지인 박제(사진 공개) 계정 14개를 신고했다. 피해자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메시지로 알려줄 테니 해당 계정에 댓글을 달아 괴롭혀달라는 글도 있었다. A씨는 “하루에 수십 개의 게시물을 신고 처리했는데 잠깐 지나면 몇 배의 게시물이 업로드된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라고 해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게 하는 행위가 잘못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트위터에서 ‘ㅈㅇㄴㅇ’(지인 능욕) 게시글 등 7개 계정을 적발한 B씨도 “트위터 자체에서든, 우리나라 인터넷 관련 법규를 수정해서든 인터넷 성범죄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신고한 계정을 들어가보니 일부는 비밀 계정으로 전환돼 팔로우를 신청하도록 돼 있었다. 팔로워하고만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위는 점차 단순 합성에서 벗어나 신상 정보를 활용한 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성매매 사이트에 지인 연락처를 도용해 허위 홍보 글을 올리거나, 신상정보를 도용해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든 뒤 합성사진 등을 올리는 식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장은 17일 “지인 능욕같은 사례는 성폭력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같은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 탓에 영상물 삭제 지원처럼 성폭력 피해자로서 받을 수 있는 보호 방안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부분 10대라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 의뢰로 ‘2021 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시민감시단 결과보고서’를 펴낸 김기범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팀이 시민감시단 221명에게 ‘성범죄물에 등장한 인물의 연령’을 조사한 결과 10~20대라고 답한 사람이 211명(95.5%)으로 가장 많았다.
감시단 C씨는 “○○나 XX를 검색하면 주로 교복 입은 학생이 사진을 올리거나, ‘맘눌뎀’ 등의 태그를 걸어 대화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맘눌뎀’은 ‘마음에 들어요 표시 누르면 DM 보내겠음’의 약자로, 10대들을 겨냥한 은어다. 트위터 동영상을 검색해주는 사이트에서 C씨가 말한 키워드를 검색하자 청소년 음란물이 버젓이 등장했다.
시민감시단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청소년 ‘몰카’를 올리는 계정도 다수 적발했다. 그러나 불법 촬영물임에도 선정적인 사진이 아니다 보니 삭제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감시단원들은 지속적인 신고와 교육만이 이같은 복마전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시단 E씨는 “처음 활동할 당시에는 신고 절차가 복잡하기도 하고, 내 실명과 연락처, 서명 등을 요구해 부담스럽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내 신고로 게시글이 삭제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