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해 징역 15년을 복역한 뒤 출소를 앞뒀던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이 출소를 하루 앞두고 또 다른 성범죄로 16일 전격 재구속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송중호 부장판사는 이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출소를 불과 11시간 앞두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김씨는 이날 구속으로 형기 종료에도 불구하고 계속 안양교도소에 수감된다. 이에 따라 김씨의 거처 문제 등 그간 이어졌던 사회적 논란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앞서 송 부장판사는 오후 3시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발부까지 2시간가량밖에 걸리지 않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씨는 2006년 당시 13세 미만이던 A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언론을 통해 김씨의 과거 연쇄 성범죄 사실을 접하고, 인천 계양경찰서에 김씨로부터 과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2020년 12월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 후 지난해 7월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김씨가 여러 차례 이감되면서 사건 역시 해남지청 등으로 이첩됐다가 안양교도소를 관할하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지난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당국은 사건 당시 피해자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공소시효의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송치받은 후 수집한 여러 증거관계를 분석, 혐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면밀한 수사도 있었겠지만, 김씨 범죄의 죄질과 국민의 법 감정 등을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씨는 2006년 5∼9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으며, 17일 출소를 앞두고 있었다. 김씨에게는 ‘19세 미만 여성 접촉금지’라는 준수사항과 오후 10시부터 오전 9시까지 외출 제한과 여행금지 조치가 부과됐다.
김씨가 재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 앞에 ‘현장 시장실’을 설치해놨던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근식의 재범과 도주 가능성을 바로 판단한 판사님의 처분에 안도한다”며 “어젯밤 늦은 시간을 촛불로 밝히면서 뜻을 모은 시의회 의원, 시민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서 김씨가 경기도 의정부시 내 갱생시설에서 거주할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셌다. 김 시장은 전날인 15일 공단 인근 도로를 폐쇄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을 했다.
의정부시민 1000여명은 이날 의정부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김씨의 입소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전과 22범 성폭행범 김근식은 물러나라’ ‘법무부는 김근식 입소를 철회하라’ ‘법무부 갱생시설은 의정부를 떠나라’ 등을 외쳤다.
시민들은 특히 갱생시설 반경 1㎞ 이내에 초·중·고교가 7곳이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장애인시설 등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시설이 23곳이나 있어 재범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