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까지 350개 공공기관에서 지출하는 부서운영·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를 1조원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과도한 경조사비나 복리후생비 등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에 이어 공공기관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재정 축소 기조나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편 방향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추 부총리는 1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경상경비를 1조원 이상 절감·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하반기까지 전체 경상경비의 10.2% 수준인 7142억원을 절감하고 내년에 추가로 4316억원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복리후생 분야 개선도 추진한다. 추 부총리는 “282개 기관의 사내대출 등 15개 항목 715건의 개선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학자금 등 지원 폐지(102건) 과도한 경조사비 및 선택적 복지 축소(87건) 창립기념일 무급휴일 전환(161건) 등이 개선 과제에 포함될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공공기관 예산 효율화와 복리후생 분야에 대해서는 17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 발언은 공공기관별로 제출받은 혁신안을 기반으로 나온 것이다. 기재부는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350개 공공기관별로 조직·인력, 예산, 기능, 자산, 복리후생 등 5개 분야 혁신안을 제출받은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자산 효율화 계획 점검 결과는 이르면 10월 말, 11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재정 축소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냐는 질문에 “당장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토대로 재정을 확장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현재의 재정, 예산, 세제개편안 기조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처럼 감세 정책을 철회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철회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영국은 재정정책과 조세정책이 재정건전성과 국채시장을 흔들 만큼 여파가 컸지만, 한국이 세제개편안을 냈을 때는 시장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점이 추 부총리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높은 대외 신인도를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위기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C 회의와 관련해 “모두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좋지 않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지만, 결국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기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긴축하는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신재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