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임직원이 외부 강의로 상당한 ‘과외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사례비로만 2000만원까지 챙긴 직원도 있었다. 이들 은행은 내부 신고 절차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고 없이 외부 강의를 나간 직원에 대해서도 경고만 하는 등 솜방망이 제재가 국책은행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국민일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수은 임직원 362명이 1940건의 강의를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 1명 평균 5.4건이었다.
이 기간 수은에서는 부행장급인 준법감시인부터 지점장·소장·실장·팀장·수석연구원 등 다양한 직급·직책을 가진 임직원이 전국 대학·고등학교·공공기관·국책 연구원·로펌(법무법인)·협회 등의 연단에 섰다. 강의 주제는 수은 고유 업무인 국제 개발 협력 관련이 대부분이었지만 ‘푸틴 집권 4기 정책 방향 전망’이나 ‘청년 인턴 채용 면접 방법’도 있었다. 한 수은 별정직 직원은 이 기간 강의를 84차례 다녀왔다. 시간당 10만~20만원을 받아 2002만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산은에서는 임직원 136명이 강의 396건을 했다. 1명당 평균 2.9건이었다. 산은 역시 부문장부터 실장·팀장·차장·대리까지 여러 직급 임직원이 회생 기업 인수·합병(M&A)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강의했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도 2018년 6월(성균관대), 2019년 1월(국회)·4월(이화여대), 2021년 10월(이화여대)에서 ‘4차 산업혁명 도래와 산은의 역할’ ‘한국 경제의 문제점’ ‘최고경영자(CEO) 특강’ ‘탄소 중립과 그린 뱅크로서 산은’ 등을 주제로 4차례 강의했다.
문제는 수은·산은 모두 내부 신고를 하지 않고 강의를 했다가 적발된 직원에게 허울뿐인 처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2019년 임직원 복무 관리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에서 미신고 강의로 적발된 임직원은 수은과 산은 각각 8명(강의 기준 92건), 2명(3건)이었다. 이에 대해 수은은 적발자에게 상벌 규정에 따른 경고와 주의 촉구를 하는 데 그쳤다. 수은은 69차례 신고 없이 강의를 해 1000만원이 넘는 사례비를 받은 임직원에 대해서도 별도의 처벌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도 행동강령책임관이 적발자에게 서면 경고장을 보내고 청탁금지법 교육 이수를 명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임직원 수백명이 대부분 평일 근무 시간에 이뤄지는 강의로 ‘용돈벌이’를 했다는 의미”라며 “업무 규정이 깐깐한 시중은행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일부 국책은행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다”면서 “업무에 지장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강의 횟수를 제한하는 등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