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정부, 20兆 채안펀드 재가동 검토

입력 2022-10-17 04:04
사진=뉴시스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고 나섰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 요인으로 채권시장이 악화하자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20조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해온 채안펀드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조원 규모로 조성됐었다. 회사채 수요를 인위적으로 늘려 채권시장을 부양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조원으로 규모를 늘려 다시 조성이 추진됐다. 현재 활용 가능한 자금은 1조6000억원 안팎이다. 금융위는 투입된 채안펀드를 주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에 이어 채안펀드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 경색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14일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81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9535억원) 대비 27.7%에 불과하다. 3년 만기 우량 회사채(AA- 등급)와 3년 만기 국고채 간 금리 차이(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14일 기준 1.113% 포인트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레고랜드 사태도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레고랜드를 건설한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는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해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강원도는 이에 대한 지급보증을 약속했지만 GJC가 채권 상환에 실패하자 사실상 지급 거부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됐다. 지방자치단체는 채권시장에서 매우 높은 신용을 사는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자체마저 지급거부를 선언하고 있는데 누가 사기업에 마음 놓고 돈을 빌려주려 하겠나”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