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업황 전망이 2년 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수준까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가동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예상보다 저조한 중국 경제성장률이 업황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16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4분기 시황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전분기(100)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85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기준점인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기업인들이 시황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는 지표다. 시황 전망 BSI가 80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2분기 이후 두 번째다.
매출 전망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4분기 매출 전망 BSI는 전분기(110)보다 18포인트 떨어진 92를 기록했다. 시황과 매출액이 동시에 100을 밑돈 것은 지난 1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 2·3분기에도 100을 상회했던 시황·매출 전망이 급격하게 악화된 데는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발효한 IRA 영향이 컸다. IRA는 급등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동키로 한 법안이다. 이 중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업황 전망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미국산 물자를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한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산 소재·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규정한 항목이 꼽힌다. 중국 내에서 원자재·중간재를 공급받는 현지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딘 중국 경제성장률 회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잡았지만, 상반기 성적표는 2.5%에 그쳤다. 당분간은 부정적 업황 전망이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경기 둔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고 상반기까지가 특히 더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