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이 이틀간 서비스 장애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이 사실상 마비되는 ‘디지털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에도 장애가 빚어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카카오의 ‘재난복구(DR·Disaster Recover)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오후 3시30분쯤부터 발생한 카카오톡의 서비스 장애는 이튿날 오전 2시쯤에서야 복구되기 시작했다. 16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카카오톡의 경우 메시지 송수신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사진·동영상 전송 기능은 복구 중이다. 카카오페이, 카카오T, 멜론, 카카오웹툰 등의 서비스도 하나둘 정상화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서비스 완전 복구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는 카카오톡 서비스 개시 이후 가장 긴 시간 발생한 장애다. 국내 IT업계 전체를 봐도 이번처럼 긴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DR 시스템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의 원인은 전날 오후 발생한 SK㈜ C&C의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다. 카카오는 이곳에 3만2000여개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화재로 정전이 되면서 서버가 작동을 멈춰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데이터센터를 쓰는 네이버의 경우 몇 시간 만에 서비스 장애를 털어냈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네이버는 2013년 완공한 강원도 춘천시의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비롯해 여러 곳에 데이터·서비스 요소 등을 분산 저장하고 있다.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정상 운영한다.
DR은 지진, 정전 등의 천재지변에도 서비스를 정상 운영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체계다. 대응 수위에 따라 실제 가동되는 서버와 동일하게 데이터를 백업하는 ‘미러사이트’, 시스템 장애에 대비해 데이터·서버 등을 설치한 ‘핫사이트’ ‘웜사이트’ ‘콜드사이트’ 등이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규모의 서비스는 미러사이트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서비스가 장시간 장애를 겪었다는 건 DR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 부가서비스 중단으로 국민이 겪는 불편과 피해를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 카카오 등이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하도록 정부 부처도 노력을 다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초연결사회에서 데이터와 통신인프라는 국가안보, 국민생활에 직결한다. 특히 네트워크망 교란은 민생에 상당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유사시 국가안보에 치명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화재 현장에서 간담회를 가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그동안 부가통신서비스가 기간통신서비스에 비해 법률상으로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돼 왔지만, 이번에 보았듯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면서 제도 보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준엽 문동성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