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한 달 앞둔 직장인 A씨는 회사에 출산휴가 들어가기 전 남은 연차를 소진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불가능하단 답이 돌아왔다. 이어 사측은 “신뢰가 무너졌다”며 그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했다.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회사는 자금난 명분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줘야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6일 펴낸 임신출산육아 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근로자가 A씨처럼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출산전후휴가를 자유롭게 쓰냐는 물음에 응답자 33.7%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응답의 비율은 비정규직(46%), 저임금(48.6%),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53.3%)에게서 특히 높았다.
정부 처벌 또한 솜방망이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지난 6월 20일까지 임신·출산·육아 관련 4대 법 위반은 총 1385건이 접수됐다. 이 중 기소나 과태료 처분까지 이어진 비율은 8.7%(121건)에 그쳤다.
이상운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임신·출산·육아 관련 제도의 활용은 여전히 조직 분위기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며 “신고 건수 자체가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부가 적극적 근로감독을 통해 위반 행위를 엄격히 규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