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과 연관 서비스들이 지난 주말 장시간 이용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누적 가입자가 3800여만명이라는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 카카오T,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 주요 서비스 대부분이 먹통이 돼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상의 불편도 문제지만 연관 서비스로 영업과 거래를 하던 이용자들의 경제적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데이터 관리시설이 입주한 경기도 성남 SK C&C 판교캠퍼스에서 지난 15일 오후 3시33분쯤 화재가 발생해 벌어진 사태였는데 10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주요 서비스가 재개되기 시작했고, 일부는 다음 날 오후까지도 장애가 계속될 정도로 대응 체계가 허술했다는 게 더 충격적이다. 2시간 만에 큰 불이 잡히고 8시간 만에 완진됐는데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실은 카카오의 데이터 복구 및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네이버, SK텔레콤 등 다른 기업들도 화재 건물에 데이터 관리 시설을 두고 있었는데 이들 회사의 서비스는 피해가 미미했다고 한다.
카카오 경영진은 사고 후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다. 10년 전 유사 사고로 주요 서비스가 4시간가량 중단되는 사태를 겪고도 개선되기는커녕 당시보다 더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사업 부문을 계속 확장해 그룹 몸집을 불리고는 그에 걸맞은 이용자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서비스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게 합당한 배·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사태를 철저히 복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 정부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게 확인된 만큼 기업 자율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대상에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시켜 이들 기업의 재난 대응 의무를 강화하고 재난 발생 시 당국이 일정 정도 관리·감독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